일본은행, 3개월 만에 0.25%p 인상…엔화는 달러당 157엔대로 약세
우에다 “3개월마다 인상한다는 생각 없어”…국내 증시는 엔화 방향 주목
일본은행(BOJ)이 18일 정책금리를 1.25%로 올렸다. 1995년 이후 31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지난 6월에 이어 3개월 만의 추가 인상이다. 금리 정상화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시장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발표 뒤 엔화는 달러당 157엔대로 밀렸고 일본 증시는 상승했다.
이미 예상됐던 금리 인상보다 시장이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은 정책위원 2명의 반대표였다. 추가 인상이 빠르게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금리를 올리면 통화가 강해진다는 통상적인 흐름과 달리 엔화 매도가 오히려 강해졌다.
일본 현지 보도도 이 대목에 주목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엔화 하락, 한때 157엔대…BOJ 금리 인상에도 ‘반대’ 2표에 매도’라는 제목으로 시장 반응을 전했다. 금리 인상 자체보다 2명의 반대표가 부각되면서 조기 추가 인상 기대가 낮아졌다고 짚었다. 일본 증시는 반대로 움직였다. 닛케이225지수는 BOJ의 정책 대응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줄면서 장중 1300엔 넘게 상승했다.
오후 기자회견에 나선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의 발언도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탰다. 우에다 총재는 향후 인상 속도와 관련해 “3개월에 한 번과 같이 미리 정해놓은 생각은 없다”며 매번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조적 물가가 2%에 안정되도록 하는 데 가장 적절한 정책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1.25%라는 금리보다 그다음 인상의 속도가 중요해진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는 엔화의 방향도 함께 봐야 할 변수가 됐다. 이달 초 엔화 강세와 함께 불거졌던 엔캐리 트레이드의 급격한 청산 우려는 이날 일단 한발 물러났다.
31년 만의 1.25%…물가 2% 넘어설 위험 경계
BOJ는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연 1.0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직전 인상은 지난 6월로, 0.75%에서 1.00%로 올린 지 3개월 만에 다시 금리를 조정했다.
금리 인상을 재촉한 것은 물가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데다 엔화 약세가 수입물가를 밀어 올리면서 BOJ는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넘어설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우에다 총재는 통화정책이 이전과 다른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정책 국면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2%를 밑돌던 기조적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물가가 목표 수준을 넘어서는 위험까지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상 속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데는 거리를 뒀다. 금리가 지나치게 빠르게 올라 금융 여건이 과도하게 긴축되거나 자산가격이 크게 조정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7대2로 이뤄졌다. 아사다 도이치로와 사토 아야노 위원은 현 수준 유지를 주장했다. BOJ 내부에서 추가 긴축 속도를 놓고 신중론이 확인되면서 두 표의 반대가 시장의 예상보다 크게 부각됐다.
예상했던 1.25%…엔화는 오히려 157엔대로
이번 금리 인상은 이미 시장이 예상한 수순이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로이터가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68명 가운데 66명이 이번 회의에서 정책금리가 1.25%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인상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실상 사라진 만큼 시장의 관심은 다음 금리를 언제, 얼마나 빠르게 올릴지로 옮겨가 있었다.
BOJ 발표 직후 달러·엔 환율은 156엔대 초반에서 빠르게 뛰었고 오후에는 한때 157.3엔 부근까지 올랐다. 엔화 가치는 약 2주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추가 인상 시점이 뒤로 밀릴 가능성에 주목했다. 스즈키 히로후미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수석 외환전략가는 로이터에 금리 인상 자체는 예상에 부합했지만 두 명의 반대표는 다소 의외였다며 “추가 금리 인상 기대를 어느 정도 낮추면서 비둘기파적인 인상을 줬다”고 말했다.
시장에 뚜렷한 다음 인상 시간표도 제시되지 않았다. 우에다 총재는 중립금리에 대해 “중립금리가 어디인지, 따라서 최종금리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특정하기 어렵다”며 실제 금리를 조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적정 수준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월 이후 인상 간격이 3개월로 짧아졌지만 앞으로도 같은 속도가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려워졌다. 이날 외환시장이 1.25%보다 반대표와 향후 정책 경로에 민감하게 움직인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도 금리 인상…미·일 금리차 여전히 커
엔화 흐름에는 미국의 금리 경로도 영향을 미쳤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6일(현지시간) benchmark interest rate를 0.25%포인트 올려 3.75~4.00%로 높였다. 일본도 같은 폭으로 인상했지만 정책금리는 1.25%에 그쳐 양국의 금리 차이는 여전히 큰 수준이다.
일본만 금리를 올렸다면 미·일 금리차가 좁아지면서 엔화 강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이번에는 미국이 먼저 움직인 뒤 일본이 따라 올리면서 금리차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BOJ의 금리 인상에도 엔화가 곧바로 강세로 돌아서지 못한 배경 가운데 하나다.
엔화 약세가 이어지는 상황은 BOJ에도 부담이다. 일본은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만큼 엔화 가치가 낮은 상태에서 국제유가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수입물가를 통해 소비자물가가 다시 자극받을 수 있다. BOJ로서는 추가 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할 때 물가뿐 아니라 환율 움직임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증시, 추가 인상보다 엔화 방향 주목
국내 증시에서는 일본 금리 자체보다 엔캐리 자금의 움직임이 관심사다.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해외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는 일본 금리가 오르면 조달 비용이 높아진다. 여기에 엔화까지 강해지면 빌린 엔화를 갚는 부담도 커진다.
이달 초에는 두 조건이 맞물렸다. BOJ의 9월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엔화가 빠르게 강세를 보이자 엔캐리 포지션을 줄이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아시아 증시의 변동성도 커졌다.
18일은 달랐다. BOJ가 실제로 금리를 1.25%까지 올렸지만 엔화는 약세를 보였다. 닛케이225는 상승했고 KOSPI는 전 거래일보다 2.66% 오른 6894.23에 장을 마쳤다. 적어도 이날은 일본의 금리 인상이 위험자산에서 자금을 빼내는 신호로 이어지지 않았다.
일본 금리가 31년 만의 최고 수준에 올라섰지만 아시아 증시는 오히려 안도했다. 금리 인상 자체가 엔캐리 자금의 급격한 이탈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향후 추가 인상 과정에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지가 남은 변수다. 1.25% 이후 시장의 관심도 금리 수준에서 엔화 움직임으로 옮겨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