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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AI, '정확도' 넘어 생존율 경쟁으로…임상효과가 가르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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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AI, '정확도' 넘어 생존율 경쟁으로…임상효과가 가르는 시장
MTIMES Archive / Photo

FDA 허가 AI 의료기기 1357개 중 실제 환자 결과 평가 단 3개

미국·한국서 사망률 감소 확인…임상효과·보험 보상으로 넓어진 경쟁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넘은 AI 의료기기는 1357개. 이 가운데 기술을 적용한 뒤 환자가 실제로 더 오래 살았는지, 재입원은 줄었는지까지 평가한 제품은 단 3개였다. 의료 AI는 빠르게 늘었지만 '그래서 환자에게 무엇이 달라졌나'라는 질문에는 아직 답이 부족했던 셈이다.

최근에는 실제 치료 결과를 확인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패혈증 위험을 미리 알리는 경고에 의료진이 대응한 환자군의 사망률이 18.2% 낮아졌다. 국내에서도 약 16만명의 입원환자를 분석한 연구에서 도입 이후 병원 내 심정지가 21%, 사망률이 15% 감소했다.

병을 얼마나 잘 찾아내느냐를 겨루던 시장의 평가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실제 환자의 생존과 치료 결과를 증명하고, 그 가치가 병원 도입과 보험 보상으로 이어지는지가 다음 경쟁으로 떠오르고 있다.


허가 경쟁 다음은 '환자에게 무엇이 달라졌나'


초기 의료 AI 시장은 정확도 경쟁에 집중됐다. 엑스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에서 사람이 놓칠 수 있는 병변을 찾거나 생체신호에서 위험 징후를 먼저 포착하는 기술이 잇따라 등장했다.

하지만 질병을 잘 찾아내는 것과 치료 결과를 개선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치료 시점을 앞당겼는지, 사망이나 중증 진행을 실제로 줄였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지난달 국제학술지 'PLOS 디지털 헬스(PLOS Digital Health)'에 발표된 연구에서 FDA 허가·승인 AI·머신러닝 의료기기 1357개 가운데 환자 중심 결과를 평가한 제품이 3개에 그친 것도 이 간극을 보여준다.

미국의 패혈증 사례는 달라진 흐름을 보여준다.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을 상용화한 의료 AI 기업 베이지안헬스(Bayesian Health)의 시스템은 전자의무기록을 분석해 패혈증 위험을 의료진에게 미리 알린다. 병원 적용 연구에서 의료진이 경고를 확인해 대응한 환자군은 사망률이 18.2% 낮았고 항생제 투여도 평균 1.85시간 빨랐다. 이 기술은 지난 4월 FDA 허가를 받았다.

개발을 이끈 수치 사리아(Suchi Saria)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의심하기 전에 선별해야 시간을 벌 수 있고, 그 시간이 패혈증 환자의 결과를 바꾼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예후 변화를 확인한 연구가 나왔다. 의료 AI 기업 뷰노가 개발한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카스(VUNO Med-DeepCARS)'를 도입한 2차 병원 3곳에서 입원환자 약 16만명을 분석한 결과 병원 내 심정지 발생률은 21%, 원내 사망률은 15% 낮아졌다. 평균 재원 기간은 0.51일, 중환자실 재원 기간은 1.32일 줄었다.

대형병원보다 인력과 비용의 제약이 큰 2차 병원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도 눈에 띈다. 위험을 일찍 포착해 중증 진행을 줄인다면 생존율뿐 아니라 병상과 의료인력 운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효과 증명해야 병원·보험의 돈도 움직인다


평가 기준의 변화는 사업 구조와 맞닿아 있다. 규제당국의 허가만으로 시장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병원이 비용을 들여 도입할 이유가 있어야 하고 보험 체계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기업들이 임상 효과와 함께 입원 기간과 검사 횟수, 의료진 업무량 등 경제성 지표까지 들여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넘어 의료비와 병원 운영 측면의 가치까지 증명해야 실제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 과정이 보험 보상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베이지안헬스의 패혈증 예측 시스템은 FDA 허가에 이어 미국 메디케어의 신기술 추가지불제도(NTAP) 대상으로 승인됐다. 오는 10월부터 요건을 충족한 입원환자에게 이 기술을 사용한 병원은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달부터 의료영상 판독 결과를 진료비 심사 업무에 처음 적용했다. 2018년부터 심사 참고자료로 활용해온 시스템을 무릎관절 분야부터 실제 심사 과정에 연결한 것이다. 다만 판독 결과만으로 심사 결과를 결정하지 않고 최종 판단은 사람이 맡는다.

정부는 내년부터 의료취약지 의원에 진료 보조·건강관리·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일차의료 AI 패키지'를 보급하고, 섬·산간 지역에서는 AI 분석 결과를 활용한 재택협진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지역 공공병원이 관련 인프라를 공동 활용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일부 기술은 이미 혁신의료기술 건강보험 임시등재를 거쳐 비급여로 사용되고 있다. 허가는 출발선에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환자에게 어떤 효과를 냈는지 입증하고 그 가치가 병원 도입과 의료비 보상으로 이어져야 지속 가능한 시장이 만들어진다.


커지는 시장, 아직 확인되지 않은 수익성


시장 전망은 가파르다. 딜로이트가 인용한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헬스케어 AI 시장은 2025년 390억달러에서 2032년 5040억달러로 13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 확산과 경제적 성과 사이에는 아직 거리가 있다. 딜로이트가 6개국 대형 의료기관 경영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1%는 투자수익률(ROI)을 아직 측정하지 않았거나 성과를 판단하기 이르다고 답했다. 중간 수준의 재무적 수익을 확인했다는 응답은 31%, 상당한 수익을 냈다는 응답은 3%였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검증의 문턱도 높다. 한 병원에서 확인된 효과가 다른 의료환경에서도 반복되는지 확인해야 하고, 판단이 잘못됐을 때 의료진과 개발사의 책임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도 남아 있다.

결국 경쟁은 질병을 얼마나 잘 찾아내느냐에서 환자의 결과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여기에 의료비 절감과 보험 보상까지 연결되면 정확도만으로 경쟁력을 설명하기 어렵다. 환자의 생존과 의료 효율을 실제 경제적 가치로 연결하는 능력이 의료 AI 시장의 다음 승부처다.

MARKET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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