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GFR2 선택적 표적·반응 지속성에 주목…“베스트 인 클래스 잠재력”
췌장암 등 적용 확대에는 환자 선별·추가 임상 근거 강조
유창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리라푸그라티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FGFR2 유전자 이상이 있는 진행성 담관암 환자들에게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FGFR2를 선택적으로 겨냥하는 특성과 오래 이어지는 치료 반응에 주목하면서, 췌장암 등 다른 암종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려면 정밀한 환자 선별과 추가 임상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24일 마켓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리라푸그라티닙이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표적치료 기회를 제공한다며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객관적 반응률(ORR)과 지속적인 치료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FDA는 23일(현지시간) HLB(028300)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의 리라푸그라티닙을 ‘리픽투(LYRFIGTU)’라는 제품명으로 승인했다. 대상은 FGFR2 유전자 융합 또는 기타 재배열이 있고, 이전 치료 경험이 있는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관암 성인 환자다. 기존 치료 이후 사용할 수 있는 표적항암제가 추가된 것이다.
FGFR2는 세포의 성장과 분열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이를 만드는 유전자에 특정 이상이 생기면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신호가 과도하게 작동할 수 있다. 먹는 표적항암제인 리라푸그라티닙은 FGFR2의 작용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이러한 신호를 차단한다.
승인 근거는 ReFocus 임상 1/2상이다. FDA가 평가한 담관암 환자 116명에서 객관적 반응률은 46%, 반응 지속 기간 중앙값은 11.8개월이었다. 객관적 반응률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종양이 줄어들거나 사라진 환자의 비율이며, 반응 지속 기간은 그런 효과가 처음 나타난 뒤 얼마나 오래 유지됐는지를 보여준다.
유 교수는 ReFocus 연구에서 FGFR2 융합·재배열을 비롯한 다양한 변이에 대해 강력하고 지속적인 항종양 효과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반응 지속 기간(DoR)이 길게 유지되며, 기존 범-FGFR(pan-FGFR) 저해제 대비 우수한 반응률과 지속성을 보여주어 베스트 인 클래스 약제로서의 잠재력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FGFR2에 작용을 집중하는 특성은 환자가 치료를 이어가는 데도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기존 범-FGFR 저해제가 FGFR1·FGFR4도 함께 억제하면서 고인산혈증과 설사 등 오프타겟 독성이 나타나는 빈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오프타겟 독성은 약물이 치료를 위해 겨냥한 대상 외에 다른 단백질에도 영향을 주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뜻한다. 고인산혈증은 혈액 속 인산 수치가 높아지는 상태다.
리라푸그라티닙은 FGFR2를 선택적으로 겨냥해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것이 유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환자가 약물을 견디는 정도인 내약성과 처방대로 치료를 따르는 순응도가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치료 중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고 밝혔다.
담관암에서 확인한 치료 가능성을 다른 암종으로 넓힐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유 교수는 췌장암을 비롯한 비담관암 고형암에서도 드물게 FGFR2 유전자 이상이 관찰된다며, ReFocus 연구의 하위 집단 분석 등에서 “일부 고형암 환자에서의 반응 신호가 확인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암이 발생한 장기가 달라도 공통된 유전자 이상을 가진 환자에게서 약효를 연구할 근거가 있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약물에 반응할 환자를 정확히 찾는 일이다. 같은 췌장암이라도 환자마다 암세포의 유전자 구성과 특성이 다르고, FGFR2 이상을 가진 환자는 드물다. 유전자 검사로 치료 선택의 기준이 되는 생물학적 특징, 즉 biotech마커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유 교수는 “췌장암에서는 FGFR2 변이 빈도가 낮고 종양 이질성이 크므로, 철저한 biotech마커 선별을 거친 환자에서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 선별과 함께 암종별 치료 효과를 뒷받침할 자료도 더 쌓여야 한다. FGFR2 유전자 이상은 다른 유전자와 결합하는 융합, 유전자 사본 수가 늘어나는 증폭, 유전자 서열이 바뀌는 돌연변이 등으로 다양하다. 유 교수는 “다양한 암종에 걸쳐 존재하는 FGFR2 융합, 증폭, 돌연변이 등 이질적인 유전자 이상에 대한 대규모 바스켓(Basket) 임상 연구 데이터의 축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바스켓 임상은 암의 종류가 달라도 공통된 유전자 이상을 가진 환자들을 모아 같은 약물의 효과를 살펴보는 연구다.
엘레바는 이러한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글로벌 임상 2상 ‘ReFocus202’를 진행하고 있다. 담관암을 제외한 고형암 가운데 FGFR2 융합 또는 재배열이 확인된 환자가 대상이다. 회사는 앞선 ReFocus 연구의 비담관암 13종, 환자 42명 자료와 새 임상 결과를 합쳐 최소 7개 암종에서 암종별 5명 이상의 자료를 확보한 뒤 중간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암종불문 적응증 허가 신청은 2028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상시험의 성과를 실제 치료로 연결하려면 검사 체계도 뒷받침돼야 한다. 유 교수는 여러 유전자의 정보를 한꺼번에 분석하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과 혈액 속 암 유래 DNA를 확인하는 순환종양DNA(ctDNA) 검사 등 표준화된 진단 검사법의 보급을 과제로 꼽았다. 여기에 “내성 기전 극복 방안 마련, 그리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근거(리얼월드데이터) 확보가 주요 과제”라고 덧붙였다. 치료 중 약이 듣지 않게 되는 원인을 파악하고, 실제 진료에서도 효과와 내약성이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리라푸그라티닙의 적응증 확대 여부는 이처럼 선별된 환자군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ReFocus202와 기존 연구에서 축적될 암종별 임상 결과가 담관암을 넘어 치료 범위를 넓히는 데 핵심 근거가 될 전망이다.
적응증 확대와 함께 현재 승인받은 담관암 치료에서의 경쟁 구도도 주목할 대목이다. 기존 FGFR 표적치료제인 페미가티닙과 푸티바티닙은 추가 임상을 통해 임상적 유익성을 확인해야 하는 가속승인 상태인 반면, 리픽투는 FDA 일반승인을 받았다.
일반승인 전환을 위한 확증 임상 부담이 없다는 점은 리픽투의 허가상 차별점이다. 이러한 승인 방식의 차이가 의료 현장의 치료제 선택과 실제 처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