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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한파에 북미 공장 재편…K배터리, AI·ESS로 승부처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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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한파에 북미 공장 재편…K배터리, AI·ESS로 승부처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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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랜싱공장 가동, 북미 ESS 5대 거점 완성…연말 50GWh 체제

완성차는 투자 부담 줄이고 배터리사는 설비 활용 확대…AI 데이터센터 새 수요처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미시간 랜싱 공장을 본격 가동하며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5대 생산거점 구축을 마쳤다. 연간 35GWh 이상 규모인 랜싱 공장은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전기차용 삼원계(NCM) 배터리를 함께 생산한다. ESS 제품은 전력 인프라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관련 고객에 공급된다.

북미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생산능력을 늘려온 K배터리의 공장 운영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텔란티스가 한국 배터리 업체와 설립한 합작법인(JV)을 잇달아 재편하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은 기존 생산설비의 활용처를 ESS까지 넓히고 있다.

완성차 업체에는 전기차 투자 부담을 줄이는 선택이다.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이미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 북미 설비의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미국에서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전기차에 집중됐던 북미 배터리 투자의 축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완성차는 투자 축소, 배터리사는 생산거점 확보


랜싱 공장은 이런 변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LG에너지솔루션은 18일(현지시간) 공장 오픈 기념식을 열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북미 지역 7번째 생산공장이자 ESS용 LFP와 전기차용 NCM을 함께 생산하는 복합 거점이다.

랜싱 가동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ESS 생산거점은 미시간 랜싱·홀랜드, 캐나다 넥스트스타 에너지, 혼다 합작공장, GM 합작공장 등 5곳으로 늘었다. 회사는 연말까지 북미 ESS 생산능력을 50GWh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완성차와의 투자관계도 달라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추진했던 얼티엄셀즈 3공장을 단독 소유로 전환한 데 이어 스텔란티스가 보유한 캐나다 넥스트스타 에너지 지분 49%도 인수하기로 했다. 합작은 끝나지만 스텔란티스에 대한 배터리 공급 등 협력은 이어진다.

삼성SDI는 GM이 보유한 미국 인디애나 합작법인 지분 49.99%를 인수해 북미 첫 단독 생산거점을 확보한다. 삼성SDI는 예상보다 약한 전기차 수요를 구조 재편의 배경으로 설명했으며 공장에서는 ESS용 배터리를 우선 생산할 계획이다. GM과의 차세대 각형 배터리 공동개발도 계속한다.

SK온과 포드 역시 블루오벌SK를 정리했다. 포드가 켄터키 공장을, SK온이 테네시 공장을 각각 소유·운영한다. SK온은 이와 별도로 미국 플랫아이언 에너지 디벨롭먼트와 2026~2030년 최대 7.2GWh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다. 조지아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도 ESS용으로 돌린다.

공통점은 완성차 업체와의 사업관계 자체가 끊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동 출자로 공장을 짓고 운영하던 구조는 느슨해지고, 배터리 업체가 설비 활용 범위를 넓히는 쪽으로 조정되고 있다.


AI 전력수요에 커지는 ESS…美 1분기 역대 최대


전기차와 달리 미국 ESS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청정전력협회(ACP)와 우드맥켄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에 신규 설치된 배터리 ESS는 3.3GW·8.4GWh로 역대 1분기 최대를 기록했다. 종전 기록보다 54% 많다. 이 가운데 전력망용 대형 ESS가 2.3GW·6.8GWh를 차지했다.

AI 데이터센터도 전력 수요를 밀어 올리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단일 데이터센터가 기존 산업시설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전력을 요구하는 프로젝트가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OpenAI가 장기 임차할 미국 오하이오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와 관련해 임대료와 전력비 등을 지원하는 최대 1050억달러 규모의 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SB에너지가 개발하는 이 시설은 최종 최대 8GW 규모를 목표로 하며 첫 800MW는 2028년 가동 예정이다.

전력 확보가 AI 데이터센터 건설의 병목으로 떠오른 점도 ESS 시장에는 변수다. 로이터는 최근 미국의 노후 전력망과 전력 확보가 데이터센터 확장의 주요 장애물로 부상했다고 짚었다.

K배터리의 사업 변화도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랜싱 공장에서 생산하는 ESS용 LFP 제품을 ESS 시스템통합(SI) 법인 버텍을 통해 전력 인프라와 AI 데이터센터 관련 고객에 공급할 예정이다. 한편 NCM 배터리는 도요타의 전기차에 공급한다. 같은 공장에서 EV와 ESS 수요에 함께 대응하는 구조다.

삼성SDI는 GM 지분을 인수하는 인디애나 공장을 ESS 생산에 먼저 활용하고, SK온 역시 LFP를 앞세워 북미 ESS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 증가를 전제로 확대했던 생산설비가 ESS까지 품는 복합 거점으로 바뀌고 있다.


中은 LFP, 日은 ‘전원 산업’…경쟁도 확대


ESS 시장이 커진다고 한국 업체의 몫이 저절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ESS 주력 제품인 LFP에서는 CATL과 BYD 등 중국 업체의 가격 및 공급망 경쟁력이 강하다. 미국의 대중국 공급망 규제는 현지 생산시설을 갖춘 한국 업체에 틈을 만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원가와 대규모 수주 경쟁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의 배터리 정책 역시 한쪽 방향만은 아니다. 전기차 구매 지원은 축소됐지만 미국에서 생산·판매된 적격 배터리 부품 등에 적용되는 45X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는 남아 있다. 다만 2025년 세법 개정 이후 금지외국기업(PFE) 및 관련 원재료 규정이 강화됐고, 일반 적격 부품의 세액공제율은 2030년 75%, 2031년 50%, 2032년 25%로 낮아진 뒤 2033년부터 종료된다.

일본도 정책을 바꿨다. 경제산업성은 지난 6월 기존 ‘축전지 산업전략’을 ‘축전지·전원 산업전략’으로 개편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구조적 공급과잉과 공급망 위험을 이유로 배터리 셀 중심의 정책 범위를 ESS와 전력제어까지 넓혔다. AI 데이터센터의 고도화된 전력제어 수요도 전략 수정의 배경으로 직접 언급했다.

일본은 2030년부터 2030년대 중반까지 연간 150GWh 규모의 자국 배터리 생산기반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한국 업체가 북미 생산현장에서 EV 설비의 쓰임새를 넓히는 동안 일본은 산업정책 자체를 배터리에서 전원 시스템으로 확장하고 있다.

ESS가 전기차의 빈자리를 그대로 채워주는 것은 아니다. 고객과 제품 구성이 다르고 북미 배터리 생산능력도 함께 늘고 있다. 생산라인을 바꾼 뒤 실제 가동률을 끌어올리려면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과 장기 고객 확보를 넘어야 한다.

몇 년 전 북미 배터리 투자는 완성차 업체와 얼마나 많은 생산능력을 확보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금은 이미 투자한 공장을 어디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 랜싱 공장의 가동은 이런 변화가 계획을 넘어 생산현장까지 내려왔다는 신호다. K배터리의 북미 성적표에도 이제 전기차 판매량과 함께 ESS 수주와 공장 가동률이 찍히기 시작했다.

MARKET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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