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렉트 예상 70곳, KOSDAQ 전체의 약 4%
NH 70곳·미래에셋 78곳…공통 후보는 41곳
日 시장 재편 뒤 시총 증가분 97% 프라임 집중
KOSDAQ 시장을 최상위 ‘셀렉트’와 일반 ‘스탠다드’ 등으로 나누는 이른바 ‘KOSDAQ 승강제’의 시간표가 늦어지고 있다. 당초 7월로 예상됐던 세부안 발표가 벤처업계 반발로 9~10월로 밀린 데 이어 이 일정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한국거래소는 승강제의 편입 기준과 운영 방식 등을 놓고 시장 참여자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거래소는 당초 8월부터 공청회를 열고 9~10월께 세부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8월 말까지 공청회는 열리지 않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9~10월 일정으로 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몇 곳을 최상위군에 올릴지 정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제도는 아니다. 셀렉트를 따로 묶어 기관과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이려면 그 밖의 기업을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함께 따져야 한다.
KOSDAQ 상장사는 1800곳을 웃돈다. NH투자증권이 예상한 셀렉트 후보 70곳을 대입하면 전체의 약 4%다. 거래소가 확정한 숫자는 아니지만 증권가 예상대로라면 1700곳이 넘는 기업이 셀렉트 밖에 남는다.
4%를 따로 떼어내는 순간 나머지 96%에도 새로운 이름표가 붙는다.
더구나 셀렉트를 기반으로 별도 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가 만들어지면 상위군에는 기관과 패시브 자금이 들어올 새로운 통로가 생긴다. 기업을 나누는 기준이 실제 자금 흐름의 차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1996년 출범한 KOSDAQ은 유망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고 모험자본을 공급해 성장산업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시장이다. 우량기업을 가려내는 동시에 성장 과정에 있는 기업에 기회를 열어두는 것도 KOSDAQ이 맡아온 역할이다.
‘셀렉트’ 밖은 ‘비우량’?…커지는 서열화 우려
벤처업계가 걱정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벤처기업협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지난 6월 승강제 시행 유예와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셀렉트와 스탠다드로 시장을 나누면 스탠다드 기업이 사실상 ‘비우량기업’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당초 최상위 세그먼트에는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이 거론됐다. 서열화 논란이 나오자 ‘셀렉트’가 대안으로 검토됐다. 이름은 달라졌지만 업계의 걱정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승규 한국biotech협회 부회장은 승강제와 관련해 “수직적으로 서열화하지 말고 수평적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등급을 고정하기보다 기업들이 계속 평가받으며 자연스럽게 오르내릴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봤다.
비슷한 고민을 먼저 겪은 시장이 일본이다. 도쿄증권거래소는 2022년 기존 시장을 프라임·스탠다드·그로스로 재편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재편 이후 흐름을 분석한 결과 일본 증시 전체 시가총액은 712조엔에서 1294조엔으로 582조엔 늘었다. 이 가운데 566조엔, 97.3%가 최상위 프라임 시장의 증가분이었다.
돈의 움직임은 더 선명했다. 시장 재편 이후 외국인은 프라임 시장에서 누적 18조1000억엔을 순매수했다. 전체 시장에서 스탠다드와 그로스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각각 3.02%에서 2.61%, 0.89%에서 0.73%로 낮아졌다.
물론 일본을 그대로 가져와 KOSDAQ에 대입할 수는 없다. 일본은 기존 1부 기업 상당수가 프라임으로 이동한 반면 KOSDAQ 승강제는 소수의 우량·혁신기업을 상위군으로 선별하는 방식이다. 프라임의 시가총액 증가 역시 시장 재편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래도 숫자는 한 가지를 보여준다. 시장을 나눈 뒤 투자자금이 어느 쪽으로 향했는지는 분명했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시장을 나누는 것만으로 모든 세그먼트가 함께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KOSDAQ 역시 세부적인 분류·승강 기준과 하위 세그먼트 지원 방식에 따라 개편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70곳과 78곳 뽑았는데…겹친 기업은 41곳
문제는 여기서 하나 더 생긴다. 그렇다면 누가 4%에 들어갈 것인가.
NH투자증권은 예상 후보 70곳을, 미래에셋증권은 78곳을 제시했다. 얼핏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두 명단을 겹쳐보면 함께 이름을 올린 기업은 41곳에 그친다.
Alteogen과 리노공업, 원익IPS, 이오테크닉스, 파마리서치, 휴젤, 클래시스 등이 양쪽 명단에 포함됐다. EcoPro와 EcoPro BM, 주성엔지니어링, HPSP, 유진테크, 솔브레인 등은 NH투자증권 예상 명단에만 이름을 올렸다.
이유는 기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자본 규모와 operating profit,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재무성과를 중심으로 후보군을 추렸다. NH투자증권은 기존 KOSDAQ 글로벌의 재무요건 등을 참고하고 3개 사업연도 연속 영업적자 기업을 제외하는 한편 유동주식비율 등의 조건을 적용했다.
특히 biotech에서는 차이가 벌어진다. 미래에셋증권은 적자기업이라도 임상이나 신약 허가, 기술이전 성과 등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후보에 포함할 수 있다고 봤다.
재무실적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연구개발에 장기간 투자하는 biotech·AI·딥테크 기업이 밀려날 수 있다. 반대로 성장성을 폭넓게 인정하면 어느 기업까지 예외로 볼지를 놓고 다시 기준 문제가 생긴다.
거래소도 시가총액이 작은 혁신기업의 특성을 고려해 sales revenue 증가율과 operating profit 증가율 등 성장성 지표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여기에 이미 2022년 출범한 ‘KOSDAQ 글로벌’도 있다. KOSDAQ 우량기업을 따로 묶어놓은 기존 세그먼트다. 새로 만드는 셀렉트가 무엇이 다른지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재무기준을 높이면 성장기업이 밀려나고, 낮추면 최상위군을 따로 만드는 의미가 흐려진다. 지수와 ETF까지 붙으면 기업 분류는 실제 자금 흐름과도 연결된다.
그래서 70곳을 고르는 일보다 그 뒤가 더 어렵다. 상위군을 키우면서 셀렉트 밖 1700여곳을 단순히 ‘탈락한 기업’으로 만들지 않는 것. KOSDAQ 승강제의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