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시날 사업비 협상 과정서 30% 넘게 증가…후속 원전·LNG 대기
2000억달러 투자 실행 앞두고 수익 회수·위험 분담·한국 기업 몫 주목
168억달러에서 시작한 숫자는 200억달러 안팎을 거쳐 223억달러까지 불어났다. 한화로 약 30조원이다. 한국의 2000억달러 대미 전략투자 첫 사업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미국 텍사스 엔시날(Encinal) 가스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의 사업비다. 미국은 협상 과정에서 한때 250억달러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사업의 조건은 엔시날 한 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후속 후보로는 미국 대형 원전 최대 8기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가 거론된다. 엔시날에서 사업비와 위험을 어떻게 나누고 투자금을 어떤 조건으로 회수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더 큰 프로젝트를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도 달라질 수 있다.
30% 커진 첫 사업…수익성은 계약조건에 달렸다
엔시날 사업은 AI(AI) 데이터센터 증가로 전력 사용량이 빠르게 늘고 있는 텍사스에 총 6.3GW 규모의 가스발전 설비를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발전한 전력을 현지 전력시장에 판매하거나 데이터센터와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어 공급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텍사스의 전력 수요 증가는 발전사업에 긍정적인 환경이다. 그러나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사업비가 초기 168억달러에서 223억달러로 30% 넘게 늘었다. 전기를 많이 팔더라도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예상보다 커지거나 준공이 늦어지면 투자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다. 장기간 적용될 전력 판매가격과 비용 상승 위험을 계약에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따라 사업성이 달라진다.
223억달러가 한국 정부가 실제로 부담할 금액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젝트 전체 사업비로 미국 측 자금과 민간 금융 등이 함께 들어갈 수 있다. 한국이 약속한 전략투자는 총 2000억달러, 한화로 약 277조원이며 연간 투자 상한은 최대 200억달러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3일에도 이 두 한도를 “당초 미국과 합의할 때 정한 내용대로 지켜질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정부가 대미투자 사업을 고를 때 내세운 원칙은 ‘상업적 합리성’이다. 투자 기간 한국으로 돌아오는 현금흐름으로 원금과 이자를 회수할 수 있는 사업이어야 한다.
산업통상부가 국회에 제출한 시뮬레이션에서는 한미가 합의한 수익 배분 구조 아래 200억달러를 투자해 20년에 걸쳐 원리금을 회수하려면 연평균 16.68%의 내부수익률(IRR)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됐다. 개별 엔시날 사업에 16.68%의 수익률을 요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별 사업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대미투자에서 원금 회수의 문턱이 낮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사업을 검토하는 실무진도 촉박한 일정에 부담을 나타내고 있다. 사업관리단 관계자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사업성 평가에는 해당 산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검토가 필요한데 일정이 촉박해 실무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첫 사업 뒤 원전·LNG…투자액만큼 중요한 ‘한국 몫’
엔시날 다음에 거론되는 사업은 규모부터 달라진다. 미국 내 대형 원전 최대 8기 건설 방안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고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도 미국 측이 한국의 참여를 요구해왔다. 두 사업 모두 한국이 실제 얼마를 투자하고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알래스카 LNG는 사업 위험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이 사업을 “하이리스크 사업”이라고 평가하면서 당시 기준으로는 대미 전략투자 대상에 들어오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약 1300㎞의 가스관과 액화설비를 새로 건설해야 하는 만큼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투입한 뒤 장기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대미투자의 실익은 투자금에서 얻는 금융수익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국내 기업이 설계·조달·시공(EPC)과 발전 기자재, 운영 등에 참여하면 미국에 투입한 자금 일부가 국내 기업의 수주로 이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미 전략투자 양해각서(MOU)에도 프로젝트 업체를 선정할 때 한국 기업을 우선 고려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엔시날에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건설사와 두산에너빌리티 등 발전 기자재 업체의 참여 가능성이 시장에서 거론된다. 아직 구체적인 발주나 사업자 선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이 자금을 투입해도 미국 기업이 대부분의 설계와 기자재 공급을 맡는다면 국내 산업에 돌아오는 몫은 작아진다. 반대로 국내 기업이 EPC와 기자재 공급까지 확보한다면 투자수익 외에도 수주와 미국 시장 진출이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후속 원전 사업에서는 국내 기업의 참여 범위가 투자 실익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협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 장관은 13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많은 이슈에서 합의에 근접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지막 사인을 할 때까지는 쟁점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17일께 국회에 협상 결과를 보고하고 이르면 18일 후속 MOU에 서명하는 일정이 예상됐지만 김 장관은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2000억달러라는 전체 한도는 정해졌다. 이제 첫 사업에 실제 얼마를 넣고 어떤 조건으로 회수할지, 국내 기업이 어느 정도의 사업 물량을 확보할지가 이후 원전과 LNG 사업을 판단할 첫 잣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