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찍만으로 KOSDAQ 시장 혁신이 가능한가
KOSDAQ 시총 상위 10위권 biotech주, Alteogen 홀로 남아
17일 새벽 FOMC, 금리 인상 여부와 추가 긴축 경로가 변수
KOSPI 시장이 semiconductor 대형주를 앞세워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KOSDAQ 시장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KOSDAQ 시가총액 1위 Alteogen(196170)은 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 소식을 알리고도 주가가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경계감이 재차 부각되면서 고(高)밸류에이션 성장주 비중이 높은 KOSDAQ과 biotech 섹터의 투자심리가 KOSPI보다 더 민감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KOSDAQ 시장은 800선 초반에서 힘겨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996년 출범 당시 수준을 현재 기준으로 환산한 1000선조차 회복하지 못한 KOSDAQ에 1000선 탈환은 단순한 지수 목표를 넘어 시장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과제가 됐다.
문제는 이 같은 부진이 지수 흐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KOSDAQ은 본래 성장기업과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로 만들어진 시장이다. 기술력이 있지만 아직 충분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 연구개발(R&D)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기업이 성장의 기회를 얻는 무대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KOSDAQ은 성장 가능성보다 단기 실적, 불확실성, 수급 부담이 먼저 가격에 반영되는 시장으로 바뀌었다.
코스닥 바이오의 부진
특히 KOSDAQ 시가총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약·biotech 섹터의 부진은 시장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biotech는 기술수출을 추진하든 직접 임상시험과 상업화에 도전하든 긴 호흡이 필요한 산업이다. 단기 실적으로는 기업의 가치나 기술가치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임상 데이터 하나,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계약 하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절차의 진전이 기업의 가치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산업이기도 하다.
한때 KOSDAQ 시가총액 상위 10위권에는 biotech기업들이 다수 포진하며 biotech·헬스케어 종목이 시장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9월 10일 기준 KOSDAQ 시가총액 1위는 Alteogen이다. Alteogen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피하주사(SC) 제형 전환 플랫폼 기술수출 성과와 로열티 기대를 바탕으로 KOSDAQ 대표 biotech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상위 10위권 중 biotech주는 Alteogen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semiconductor 장비·소재·부품, 2차전지, 로봇,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옵션 행사와 마일스톤 달성을 전제로 최대 규모가 4조원을 넘는 기술수출 계약을 발표한 Alteogen은 지난 10일에도 주가가 하락한 반면, 주성엔지니어링·심텍 등 semiconductor 관련주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이 biotech산업의 성장성이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내 biotech기업들은 기술수출, 위탁개발생산(CDMO),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 비만·대사질환, 신약 플랫폼 분야에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국내 자본시장이 이 산업의 긴 개발 주기와 높은 불확실성을 감당할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에는 의문이 남는다.
채찍만으로는 성장시장 못 만든다
금융당국의 역할은 분명하다. 시장 정화를 위해 잘못된 관행은 엄격히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biotech기업은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연구개발 성과와 위험요인을 투명하게 공시해야 한다.
그러나 시장질서 확립이 곧 성장시장 위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금융당국이 상장심사와 상장유지 등에서 ‘채찍’만 강화하고 성장기업의 자금조달 환경 개선과 장기투자 기반 조성에는 소극적이라면 KOSDAQ의 체력은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기관투자자 참여 확대 등의 지원책도 실질적인 장기자금 유입으로 이어져야 한다.
KOSDAQ은 현재 실적만을 보고 투자하는 시장이 아니다. 미래 기술과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 자금을 공급하는 시장이다. 그렇다면 정책도 그 특성에 맞아야 한다. 기술특례 상장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우량 성장기업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장기투자를 유도하며, KOSDAQ 상장기업의 연구개발 성과가 정당한 밸류에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biotech기업에 대해서도 단순히 ‘적자 기업’이라는 잣대만 들이대서는 곤란하다. 신약개발 기업의 적자는 실패의 증거라기보다 연구개발 투자에 따른 구조적 비용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 물론 그 적자가 무한정 용인돼서는 안 된다. 임상 진전, 특허 경쟁력, 생산 역량, 기술이전 가능성, 현금 소진 속도, 경영진의 자본배분 능력 등 객관적 기준으로 옥석을 가려야 한다. 기술력 있는 기업까지 일률적으로 자본시장에서 배제하는 방식은 결국 국내 혁신기업의 해외 이전과 국내 투자자의 투자 기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17일 새벽 FOMC가 변수
단기적으로는 미국 연준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KOSDAQ과 biotech주의 방향을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회의는 미국 현지시간 15~16일 열리며, benchmark interest rate 결정과 경제전망, 점도표는 한국시간 17일 오전 3시에 공개된다.
회의를 앞두고 금리 인상 전망이 강해졌다. 미국의 8월 근원 CPI(CPI)는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로이터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주요 금융기관이 이번 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성장주와 biotech주는 금리에 민감하다. 현재 이익보다 미래 현금흐름과 기술가치가 기업가치 평가에 크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는 낮아지고, 투자금 조달 비용은 높아진다.
이번 회의에서는 금리 인상 여부와 함께 추가 인상의 폭과 속도, 높은 금리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가 중요하다. 점도표와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제시될 향후 금리 경로가 핵심 변수다. 금리 인상이 이뤄지더라도 추가 긴축 전망이 시장 예상보다 제한적이라면 KOSDAQ 성장주와 biotech주에는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반대로 추가 인상과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 기업가치 평가와 자금조달에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
FOMC 결과가 우호적으로 나온다고 해서 KOSDAQ의 구조적 부진이 단번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금리 변수는 투자심리를 바꿀 수 있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국내 제도와 자본의 몫이다.
1000은 숫자 이상의 문제다
KOSDAQ 1000선 회복은 단순한 지수 목표가 아니다. 혁신기업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성장자금을 조달하고, 그 기업이 글로벌 성과를 낼 때 국내 투자자와 시장이 함께 과실을 나누는 선순환을 복원하는 일이다.
KOSDAQ이 다시 살아나려면 부실을 솎아내는 엄정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기업이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정책이다. 시장에는 채찍이 필요하지만, 성장시장에는 당근도 필요하다.
KOSPI가 semiconductor 대형주의 힘으로 7000선을 회복했을 때도 KOSDAQ은 1000선 회복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 처지였다. 그 격차가 한국 자본시장의 현실이다. 하지만 대외 금리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금융당국이 성장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에 나선다면, KOSDAQ과 biotech가 계속 수난의 시대에만 머물 이유는 없다.
시장이 기다리는 것은 더 많은 경고가 아니다. 기술과 성과를 가진 기업이 장기 자본을 만나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예측 가능한 규칙, 그리고 그 성과가 국내 증시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