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 장기계약 16건→26건…2030년까지 예상 매출 35% 이상 확보
내년 설비투자 500억달러 이상…신규 생산능력 본격 투입은 2027년 중반부터
마이크론이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다시 썼다. 시장 예상을 웃돈 실적에 다음 분기 전망까지 기대치를 넘어섰지만, 실적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고객사들의 움직임이다. 2031년까지 필요한 메모리 물량을 장기계약으로 확보하기 시작했다.
장기계약은 한 분기 만에 16건에서 26건으로 늘었고 계약으로 잡힌 미래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마이크론은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내년 설비투자를 500억달러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신규 생산능력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는 시점은 2027년 중반 이후에 집중돼 있다.
고객들은 몇 년 뒤 물량까지 먼저 잡고 있지만, 공급이 따라붙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이크론이 2027~2028년 메모리 수급을 올해보다 더 빠듯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출 542억달러보다 더 커진 장기계약
마이크론은 30일(현지시간) 2026 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 542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분기 414억6000만달러보다 30.8% 늘었고 시장 예상치도 넘어섰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마이크론의 2026 회계연도 4분기는 2026년 5월 29일부터 9월 3일까지 14주간이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33.42달러를 기록했다. 다음 분기 매출 전망도 600억~630억달러로 제시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호실적과 함께 고객사와의 계약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마이크론의 전략적 고객계약(SCA), 즉 고객사가 앞으로 필요한 메모리 물량을 수년에 걸쳐 미리 확보하는 장기계약은 지난 분기 16건에서 26건으로 증가했다. 현재 체결된 계약은 2030년까지 회사가 예상하는 매출의 35% 이상을 커버하며 일부는 2031년까지 이어진다.
가격도 상당 부분 계약 단계에서 틀을 잡는다. 장기계약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매출 가운데 약 75%는 가격 결정 방식이 사전에 설정돼 있으며 상당수 계약에는 가격의 상·하단을 두는 방식이 적용됐다.
계약으로 잡힌 미래 매출 규모도 커졌다. 마크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르면 잔여계약의무(RPO)는 지난 분기 약 1000억달러에서 이번 분기 약 1500억달러로 50% 증가했다. 고객사가 장기계약과 관련해 약정한 금액도 220억달러에서 320억달러로 늘었다. 대부분 현금 예치금 형태다.
500억달러 넘는 투자…공급 확대에는 시차
수요 증가에 맞춰 마이크론의 투자도 큰 폭으로 늘어난다. 2027 회계연도 상반기에 약 250억달러를 투입하고, 하반기에는 이보다 더 많은 자금을 집행할 계획이다. 연간 설비투자는 5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투자 규모에 비해 실제 공급이 늘어나는 속도는 더디다. 반도체 공장은 건설과 장비 반입, 양산 준비를 거쳐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다, 마이크론이 현재 진행 중인 증설도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생산에 반영된다.
싱가포르 HBM 첨단 패키징 시설이 2027년 초 초기 생산에 들어가고, 같은 해 중반에는 미국 아이다호 ID1에서 첫 웨이퍼가 나온다. 대만 퉁뤄 공장에서도 이 무렵부터 의미 있는 제품 출하가 시작될 예정이다.
2028년에는 추가 생산능력이 붙는다. 싱가포르 신규 낸드 공장이 하반기 생산을 시작하고 아이다호 ID2와 일본 D램 공장 확장도 연말께 첫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 뉴욕 첫 공장의 첫 웨이퍼 생산은 203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장 가동 이후 생산량을 충분히 끌어올리는 과정까지 감안하면 시차는 더 길어진다. 신규 D램·낸드 공장이 의미 있는 생산 규모에 도달하기까지 수개 분기가 더 필요하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500억달러가 넘는 투자를 단행하더라도 새 물량은 2027년부터 수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시장에 들어오게 된다.
계약은 2031년까지…신규 공급은 2027년부터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2027년과 2028년 메모리·스토리지 수급 상황은 2026년보다 훨씬 더 타이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2027년 HBM 물량도 상당 부분 이미 판매가 확정된 상태다.
메모리 시장은 가격 상승 뒤 투자가 늘고, 시차를 두고 공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꺾이는 사이클을 반복해왔다. 이번에는 공급 확대에 앞서 장기계약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고객사들은 계약 기간을 2031년까지 늘리고 있는 반면 신규 생산능력은 2027년 중반부터 순차적으로 더해진다. 대규모 투자에도 마이크론이 향후 2년간 메모리 수급을 더 빠듯하게 보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HBM뿐 아니라 일반 D램에서도 장기계약이 늘어난다면 향후 수급과 가격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이크론의 이번 실적에서 기록적인 숫자만큼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고객들이 몇 년 뒤 물량까지 미리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급 확대보다 수요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먼저 나타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