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주기 T+2→T+1 추진…10월 로드맵 공개
미국도 전환에 3년…결제 위험 줄었지만 자동화가 선결 과제
주식을 월요일에 팔면 돈은 수요일에 들어온다. 국내 증시가 거래일로부터 2영업일 뒤 결제하는 ‘T+2’ 방식을 쓰고 있어서다.
정부와 한국거래소는 이를 하루 뒤 결제하는 ‘T+1’으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자는 매도대금을 하루 먼저 받을 수 있지만 시장이 처리해야 할 일은 단순히 하루 앞당겨지지 않는다. 거래 확인부터 주식 확보와 대차, 외국인의 원화 환전과 수탁 업무까지 지금보다 짧은 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
미국은 2021년부터 준비한 끝에 2024년 5월 T+1으로 전환했다. 시행 이후 결제 위험에 대비해 쌓아두는 청산기금은 줄었고 우려했던 결제 실패도 크게 늘지 않았다. 대신 거래 당일 확인율을 95% 가까이 끌어올릴 정도로 업무 자동화와 시스템 개편을 먼저 진행했다.
한국거래소도 오는 10월 T+1 전환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다. 관심은 결제일을 언제 하루 앞당기느냐보다 국내 시장이 그 하루를 감당할 준비를 얼마나 빠르게 갖출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이틀 걸리던 일을 하루에…대차·오류 수정도 촉박
주문이 체결됐다고 거래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매수자는 돈을 준비하고 매도자는 약속한 주식을 넘겨야 한다. 기관 거래에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수탁은행 등 여러 기관이 연결된다.
체결 내용을 서로 맞춰보고 오류가 발견되면 수정한다. 매도할 주식이 부족하면 대차 시장에서 주식을 빌리는 작업도 필요하다. T+2에서는 거래 다음 날까지 처리할 수 있었던 업무 상당 부분을 T+1에서는 거래 당일 마쳐야 한다.
결제가 빨라지면 얻는 것도 있다. 결제를 기다리는 동안 묶이는 자금이 줄고 거래 상대방이 결제를 이행하지 못할 위험에 노출되는 기간도 짧아진다.
먼저 T+1을 도입한 미국에서 이런 효과가 확인됐다. 미국 증권업계와 미국예탁결제원(DTCC)의 사후평가에 따르면 국립증권청산회사(NSCC)의 청산기금은 T+2 당시 직전 3개월 평균 128억달러에서 T+1 전환 이후 98억달러로 23% 감소했다.
외국인은 환전·시차까지…더 짧아지는 결제 시간
한국에서는 외국인 거래가 또 다른 변수다.
해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사면 결제일까지 원화를 마련해야 한다. 글로벌 운용사가 여러 펀드의 주문을 한꺼번에 냈다면 거래가 끝난 뒤 펀드별로 주식을 배분하고 거래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도 거친다. 여기에 환전과 수탁은행의 잔액 확인, 결제 지시가 이어진다.
시차까지 겹친다. 한국 시장이 끝날 무렵 미국 금융회사들은 아직 업무를 시작하지 않았거나 하루를 막 시작한 시점이다. 결제일이 하루 줄어들면 해외 투자자가 거래 확인과 환전, 자금 이동에 쓸 수 있는 시간도 함께 짧아진다.
이 때문에 T+1 전환에서는 사람이 처리하던 후선 업무를 얼마나 자동화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다. 거래 당일 확인과 배분을 마치고 결제 지시까지 이어져야 하루 단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도 이 부분에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 2021년부터 시장 참가자들이 시스템과 업무 절차를 손본 뒤 2024년 5월 T+1을 시행했다. 전환 직후 거래 당일 확인율은 94.55%까지 올라갔다.
미국도 3년 준비…유럽은 2027년 전환
미국에서 T+1 시행 이후 우려했던 결제 실패 급증은 나타나지 않았다. 첫 결제일 연속순결제(CNS) 실패율은 1.90%로 같은 달 T+2 평균 2.01%보다 낮았다.
결과만큼 눈에 띄는 것은 준비 기간이다. 결제일을 먼저 당긴 뒤 시스템을 맞춘 것이 아니라 자동화와 업무 절차를 손본 뒤 결제일을 줄였다.
유럽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2027년 10월 11일 T+1 전환을 앞두고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시장 참가자들에게 거래 배분과 확인, 결제 관련 절차를 단계적으로 정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오는 10월 내놓을 로드맵에서도 시스템 개편과 테스트 등 구체적인 준비 일정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거래소와 예탁결제원뿐 아니라 증권사와 운용사, 수탁은행 등 시장 참가자들이 같은 시간표에 맞춰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T+2에서 T+1로 바뀌면 투자자가 기다리는 시간은 하루 줄어든다. 시장은 그 하루를 만들기 위해 거래 뒤에 남아 있던 업무를 하루 먼저 끝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