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최대 3조달러 투자…신규 부채금융 수요 8700억달러
은행·보험까지 자금 공급 확대…채권 스프레드 벌어지며 투자자 선별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금융시장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시설 규모가 커지고 전력과 첨단 半導体에 들어가는 비용이 급증하면서 빅테크의 보유 현금만으로 투자비를 충당하던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은행은 데이터센터 건설비와 半導体 구매자금을 빌려주고 보험사는 장기 인프라 대출에 뛰어들고 있다. 회사채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외부 자금을 활용한 투자도 늘고 있다.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30년까지 글로벌 데이터센터에 최대 3조달러가 투입되고, 이 가운데 신규 부채금융 수요만 87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자금은 여전히 풍부하지만 금융시장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채권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가운데 대출 시장에서도 전력 확보와 장기 임차계약 등이 주요 심사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험·은행까지 가세…데이터센터로 향하는 장기자금
일본 최대 생명보험사 일본생명보험은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인프라 대출 잔액을 2035년까지 약 2조엔(127억5000만달러)으로 늘릴 계획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약 1조엔에서 두 배로 확대하는 것으로, 주요 투자처는 미국 데이터센터다.
장기간 자금을 운용하는 보험사 입장에서 데이터센터 PF는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확보하면서 투자 대상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시바타 게이 일본생명 구조화금융영업부장은 미국 PF에 대해 “평균 2% 이상의 금리 마진을 확보할 수 있어 투자 매력이 있고 자산 분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은행 중심이던 데이터센터 금융에 보험사의 장기자금까지 가세하면서 자금 공급처도 넓어지고 있다. 일본 3대 대형 은행은 지난해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관련 대출 약 800억달러를 주선했다. 전 세계 시장의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금융 대상도 건설비를 넘어 첨단 장비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은행 10곳은 블랙스톤과 알파벳이 참여한 클라우드 사업 크럭스AI에 220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제공하기로 했다. 조달한 자금은 구글의 AI(AI) 가속기인 텐서처리장치(TPU) 구매에 사용되며, TPU의 자산가치와 고객계약이 대출을 뒷받침한다.
건물과 전력설비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안에 들어가는 고가의 半導体까지 금융의 영역에 들어온 것이다.
100GW 더 짓는다…2030년까지 최대 3조달러
데이터센터 금융이 빠르게 커지는 배경에는 천문학적인 투자비가 있다.
글로벌 부동산서비스회사 JLL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용량이 약 100GW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에는 현재의 두 배 수준인 약 200G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필요한 자금도 막대하다. JLL은 향후 5년간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로 약 1조2000억달러의 부동산 자산이 형성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약 8700억달러의 신규 부채금융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입주 기업들이 GPU와 네트워크 장비 등에 투입할 1조~2조달러를 더하면 전체 투자액은 최대 3조달러에 이른다.
시설이 대형화될수록 부지와 건물, 전력설비에 묶이는 자금이 커지고 GPU와 네트워크 장비 비용까지 더해진다. 기업의 자체 현금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기술기업의 설비투자를 넘어 금융시장의 대규모 자금조달 문제로 번지는 배경이다.
쏟아지는 부채…금융시장은 가격과 조건으로 대응
자금줄이 마른 것은 아니다.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앞으로 쏟아질 부채의 규모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하이퍼스케일러의 총부채 발행 규모는 내년 4200억달러로 올해 예상치보다 60% 증가할 전망이다. 발행 물량이 급증하면서 투자자들도 같은 투자등급 채권에 일률적인 가격을 매기지 않고 있다.
AI 관련 기업의 채권 스프레드는 최근 약 115bp로 전체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의 78bp를 웃돈다. 스프레드는 국채 등 政策金利에 추가로 붙는 금리다. 숫자가 높을수록 투자자가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한다는 뜻이다.
론 에릭슨 손버그 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에 “투자자들이 단기간에 소화할 수 있는 물량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메타와 알파벳처럼 현금 창출력이 크고 재무구조가 탄탄한 기업의 채권도 비슷한 신용등급의 다른 기업보다 높은 스프레드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이를 빅테크의 신용위험 확대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블랙록의 러셀 브라운백 글로벌 채권 부문 부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스프레드 확대가 기업의 신용도 악화보다 채권 수급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이 한꺼번에 받아내야 할 물량이 많아진 영향이 크다는 얘기다.
대출 시장에서도 심사 기준이 세분화되고 있다. 차주의 신용등급뿐 아니라 전력망 연결 여부와 인허가, 장기 임차계약, 향후 현금흐름까지 자금 집행을 좌우한다. 일부 프로젝트는 인허가와 임차계약을 확보해야 건설자금을 단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건을 두고 있다.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꺾였다는 신호는 아직 없다. JLL은 2030년까지 글로벌 데이터센터 용량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은행과 보험사의 자금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수조달러 규모의 투자와 함께 부채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시장도 모든 데이터센터 사업에 같은 가격을 매기지 않기 시작했다.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설비와 전력 확보를 넘어 자금조달 경쟁으로 옮겨가면서,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돈을 확보하느냐 못지않게 어떤 가격과 조건으로 빌릴 수 있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