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약은 가속승인·확증시험 진행 중…리픽투는 FDA 일반승인으로 차별화
간암 신약 재신청 준비…진양곤 의장, 금융당국에 7년 공매도 거래 조사 요구
20년 가까이 항암신약 개발에 도전해온 HLB(028300)그룹이 마침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항암제를 확보했다.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의 담관암 치료제 ‘리픽투(LYRFIGTU·성분명 리라푸그라티닙)’가 FDA 허가를 받으면서 미국 직접 상업화도 눈앞에 두게 됐다.
이번 승인에서 눈에 띄는 것은 허가 방식이다. 같은 FGFR2 표적 담관암 치료제인 페마자이레(Pemazyre·성분명 페미가티닙)와 리트고비(Lytgobi·성분명 푸티바티닙)가 가속승인으로 미국 시장에 진입해 확증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과 달리 리픽투는 일반승인을 받았다.
임상 현장에서는 FGFR2 선택성과 반응 지속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유창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마켓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승인을 FGFR2 유전자 이상이 있는 진행성 담관암 환자들에게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하며 “기존 범-FGFR 저해제 대비 우수한 반응률과 지속성을 보여줘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 약제로서의 잠재력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리픽투는 올해 4분기 미국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품목허가 절차에 들어갔고, FGFR2 유전자 이상을 가진 다른 고형암으로 치료 범위를 넓히는 암종불문 임상도 진행 중이다.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은 간암 1차 치료제로 FDA 재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오랜 신약개발 도전이 FDA 승인이라는 결과로 돌아온 바로 그날, 진양곤 HLB그룹 의장은 금융당국을 향해 공매도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공식 조사를 요구했다. 2019년 이후 7년간 반복된 거래 가운데 시세조종이 의심되는 주문 행태가 있었다며 실제 주문 주체와 거래 방식을 확인해달라는 주장이다.
이번 리픽투의 FDA 일반승인이 HLB에 갖는 의미와 진 의장이 승인 당일 다시 공매도 문제를 꺼낸 배경을 짚어봤다.
FDA 일반승인 확보…FGFR2 선택성도 주목
FDA가 승인한 리픽투의 적응증은 FGFR2 융합 또는 기타 재배열을 가진 이전 치료 경험이 있는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관암이다.
허가 근거가 된 ReFocus 임상에서 이전에 FGFR 억제제 치료를 받지 않은 FDA 평가 대상 환자 116명의 객관적반응률(ORR)은 46%,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은 11.8개월로 나타났다.
경쟁약과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승인 방식이다. 페마자이레는 2020년, 리트고비는 2022년 각각 FDA 가속승인을 받아 현재 확증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가속승인(조건부 승인)은 치료제의 시장 진입을 앞당기는 대신, 시판 이후 확증시험을 통해 임상적 유익성을 다시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해당 적응증의 승인이 철회될 수 있다. 실제 키트루다와 옵디보도 가속승인으로 허가받았던 일부 암종의 적응증이 이후 철회된 사례가 있다.
리픽투는 이 과정을 거쳐야 하는 가속승인이 아니라 일반승인을 받았다. 가속승인 치료제처럼 별도의 확증시험을 완료해야 승인이 유지되는 조건이 붙지 않은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에 따른 비용과 리스크 부담을 덜고 적응증 확대와 다른 항암제와의 병용 임상 등에 개발 역량을 집중할 여지가 커졌다.
또 하나의 특징은 FGFR2 선택성이다. 리픽투는 여러 FGFR 계열에 폭넓게 작용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암세포 성장을 일으키는 FGFR2 이상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도록 설계됐다.
기존 FGFR 억제제에서는 설사를 비롯해 고인산혈증, 구내염, 손발톱 독성 등 다양한 이상반응이 보고돼 왔다. 주요 임상에서 설사는 페마자이레 투여 환자의 47%, 리트고비 투여 환자의 33%에서 나타났다. 중증 설사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만큼 치료 효과뿐 아니라 이상반응을 관리하며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지도 처방 과정에서 고려되는 요소다.
유 교수는 리픽투의 선택성과 반응률, 반응 지속성을 근거로 베스트 인 클래스 가능성을 평가했다. 일반승인이라는 허가상의 차별점에 약 자체의 선택성이 더해지면서 향후 미국 처방 시장에서 어떤 경쟁 구도를 형성할지가 관심사다.
[출처: FDA, Lirafugratinib FDA Approval, 2026.09.23]
담관암 넘어 암종불문으로…다음은 간암 재도전
HLB의 다음 목표는 리픽투의 치료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현재 FGFR2 융합 또는 재배열을 가진 여러 고형암을 대상으로 암종불문 개발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암종불문은 폐암이나 위암처럼 암이 발생한 장기가 아니라 FGFR2 융합 또는 재배열이라는 공통된 유전자 이상을 기준으로 여러 암종에 치료제를 적용하는 접근법이다. ReFocus 임상의 담관암 외 고형암 환자 46명에서는 객관적반응률 33.3%가 보고됐으며, 후속 임상인 ReFocus202를 통해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리픽투는 릴레이 테라퓨틱스가 RLY-4008이라는 개발명으로 개발해온 신약 후보물질로, 엘레바가 2024년 12월 전 세계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HLB는 올해 4분기 미국 출시를 준비하는 한편, 이달 유럽의약품청(EMA)에 품목허가 신청(MAA)을 제출하며 상업화 지역도 넓히고 있다.
리픽투와 함께 HLB그룹의 또 다른 과제는 간암 신약의 FDA 허가다.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은 간암 1차 치료제로 허가를 추진해왔으며, 앞선 심사에서 FDA의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은 뒤 재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진 의장은 관련 보완 작업을 마쳤으며 최신 안전성 데이터를 정리한 뒤 재신청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픽투와 간암 신약은 서로 다른 치료제로 심사도 별개다. 다만 HLB그룹으로서는 리픽투를 통해 항암신약을 FDA 허가까지 연결하는 전 과정을 처음으로 경험했다는 의미가 있다.
진 의장은 “이렇게 쌓인 경험과 역량은 신약 승인 못지않은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신약개발 20년, 공매도 논란 7년…승인 날 꺼낸 조사 요구
HLB는 오랜 기간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져왔다. 주요 신약 이벤트가 있었던 시기를 거슬러보면 2019년부터 올해까지 높은 공매도 지표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HLB와 주주들은 주요 임상 결과와 FDA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공매도 거래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주주들은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구하거나 관련 금융회사에 내용증명을 보냈고, 과거에는 ‘불법 공매도 신고 포상금 1억원’을 내건 신문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출처: HLB 주주연대, 불법 공매도 신고 포상금 신문광고]
수년간 이어진 공매도 공방은 리픽투 FDA 승인 당일 진 의장의 공개적인 조사 요구로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진 의장은 “공매도 거래량이 하루 거래량의 20%를 차지하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하루 거래량의 40%인 적도 흔했다”며 “회사의 호재가 나오면 어김없이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서 주가 상승을 기어이 억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같은 창구, 같은 사람들, 주가조작이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힘든 주문 형태들이 지난 7년간 계속돼 왔다면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라며 금융당국에 “공매도 주문을 실행하고 있는 사람들의 매매 행태에 대해 철저하게 살펴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공매도 규모가 크거나 잔고가 증가했다는 사실만으로 불법이나 시세조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거래원 화면에 나타나는 증권사 역시 최종 투자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실제 주문 주체와 주문·체결 내역, 가격 형성에 미친 영향을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한 HLB 투자자는 “주식을 대량 매집한 뒤 주가를 끌어올리는 작전세력이나, 대규모 공매도 후 주가를 끌어내리는 세력이나 똑같다”며 “왜 공매도 주문으로 주가조작을 하는 기관의 펀드매니저들은 편안하게 돈을 벌고 성과급을 챙길 수 있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진 의장이 요구한 것도 이 같은 의혹의 사실관계를 실제 거래 내역을 통해 확인해달라는 것이다. 지난 7년간 주요 신약 이벤트를 전후해 반복된 주문의 주체와 체결 내역을 확인하고, 시세조종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었는지를 들여다봐 달라는 게 핵심이다.
HLB는 리픽투 FDA 승인으로 첫 미국 허가 항암제를 확보했다. 이제 미국 출시와 유럽 허가, 암종불문 치료영역 확대를 통해 실제 시장에서 신약의 가치를 확인받는 단계에 들어섰다. 동시에 오랜 기간 이어진 공매도 논란도 금융당국의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