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술 우위 유지·대이란 지원 차단 강조…中 AI 협력·중동 주권 존중 내세워
관세 우대·위험 관리 합의에는 의미…실질적 성과는 후속 이행이 관건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에서 비민감 상품의 관세 우대와 AI(AI) 대화에 합의하며 관계 안정의 기반을 넓혔다. 회담을 설명하는 양국의 발표와 후속 발언에는 온도차가 나타났다. 미국은 기술 우위 유지와 중국의 대이란 지원 차단을 강조했고, 중국은 AI 협력과 중동 국가들의 주권 존중을 내세웠다. 공동으로 확인한 합의와 양국이 각각 강조한 입장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거래 항목, 중국은 포괄적 합의…발표문에 남은 차이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의 회담 결과 발표를 대조하면 성과를 설명하는 방식의 차이가 나타난다. 백악관은 양국이 희토류 공급 회복을 위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농산물 교역 조건을 논의할 실무 협의체 출범과 중국의 미국산 석탄 구매 약속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석유 정제품 증산을 요청한 사실도 담았다. 중국이 발표한 회담 성과에는 이들 항목이 별도로 열거되지 않았다. 석유 증산은 미국 발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설명됐으며, 중국이 수용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중국은 무역 협상의 성과 자체는 인정했다. 중국 외교부는 26일 양국 정상이 무역위원회 추진과 300억달러 규모 상품에 대한 상호 관세 인하 방안, 기존 무역 휴전 연장 등을 포함한 협상 결과를 승인하고 이행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도 같은 날 중국이 석탄 구매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양국 무역 협상팀의 성과를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특정 항목의 누락을 곧바로 합의 부정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다.
발표문 차이를 남아 있는 이견의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다. 폴리티코는 26일 중국 발표에 석탄 구매 약속과 관세 우대 대상 상품군, 희토류 문제가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양국 발표의 차이가 핵심 통상 쟁점에서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무역 협상 결과에 대한 포괄적 승인과 별개로, 개별 사안의 합의 범위와 이행 조건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양국의 다른 강조점은 AI와 이란을 둘러싼 발언에서도 나타났다. 두 사안 모두 공동으로 확인한 원칙은 있지만, 이를 실제 협력으로 연결하는 방식에는 간극이 남아 있다.
AI 위험은 함께 관리…협력 확대와 기술 우위 유지 사이 간극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24일 회담 내용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양국이 AI 분야에서 경쟁하면서도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로 장벽을 세우기보다 각자의 강점을 발휘해야 한다며, AI의 위험과 혜택에 관한 대화와 인간의 통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이후 미국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부각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미국의 AI 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미국이 앞서 있다는 이유로 중국과 개발 노력을 통합하거나 개방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런 입장 차이 속에서도 양국은 AI 관련 위험과 혜택을 논의하고 사고 발생 시 소통할 채널을 마련하기로 했다. 중국은 다음 대화를 11월에 열겠다고 발표했다. AI 경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함께 다룰 통로를 마련했다는 점은 이번 회담의 성과다.
위험 관리에 관한 대화가 곧 기술 협력의 확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시 주석은 상호 협력의 여지를 강조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기술적 이점을 지키는 데 무게를 뒀다. 안전을 위한 소통에는 동의하면서도 협력을 어느 범위까지 넓힐지에는 서로 다른 기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란 핵무기 반대는 재확인…압박 정책에 대한 공조는 별개
이란 문제에서는 공동 원칙이 확인됐다. 양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해서는 안 되며, 어떤 국가나 기관도 국제 수로에 통행료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했다. 두 원칙은 지난 5월 백악관 발표에도 포함돼 있었다. 이번 회담에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의미는 있지만, 공개된 발표문에 새로운 종전 해법이 담긴 것은 아니다.
미국은 중국의 대이란 지원 문제를 강조했다. 로이터는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대사의 25일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이란에 대한 직·간접 지원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퍼듀 대사는 중국으로부터 전쟁과 관련해 이란을 지원하고 있지 않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측이 설명한 회담 내용이다.
중국은 회담 직후에도 중동 국가들의 주권과 안보를 강조했다. 한정 국가부주석은 26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걸프 지역을 포함한 중동 국가들의 주권과 안보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로이터는 정상회담의 우호적인 분위기와 별개로 중국이 미국의 대이란 정책에 견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쭝위안 조이 류 선임연구원도 25일 브리핑에서 중국이 미국의 일방적인 대이란 제재를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주요 금융기관이 미국의 2차 제재를 우려해 거래를 피하는 것과 중국 정부가 미국의 제재 정책에 동의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한다는 공통 입장이 미국의 압박 수단에 대한 중국의 동참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경쟁 속에서도 대화 유지…합의의 의미는 갈등 관리에
양국의 입장 차이가 남아 있다고 해서 이번 회담의 성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백악관은 비민감 상품의 관세 우대 권고안과 대상 상품군을 공개했고, 양국은 AI 위험을 논의할 일정과 소통 채널에 합의했다. 중국은 양국 군이 위기 소통과 예방을 강화하는 양해각서를 조속히 체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군사 양해각서 관련 내용은 백악관의 이번 팩트시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CFR의 크리스 맥과이어 중국·신흥기술 선임연구원은 25일 브리핑에서 AI 위험에 관한 대화와 기초적인 연락체계를 현실적으로 가능한 성과로 평가했다. 양국 간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소통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신뢰를 쌓는 첫 단계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치열한 기술 경쟁이 이어지는 만큼, 양국이 AI 개발 속도를 함께 늦추는 합의까지 이루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교역 분야에서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예고한 28일 세부 발표가 다음 확인 지점이다. 관세 우대의 적용 범위와 시행 조건이 제시되면 비민감 상품 합의가 실제 거래 여건을 얼마나 바꿀지 판단할 근거가 늘어난다.
이번 회담의 의미는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교역과 위험 관리에서 협력을 이어갈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있다. 비민감 상품의 관세 우대가 이행되면 해당 교역의 부담을 줄일 여지가 있고, AI와 군사 분야의 소통 강화는 오해가 갈등으로 번지는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AI 위험을 함께 논의하는 것과 기술 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한다는 공통 입장 역시 제재와 압박 방식에 대한 공조까지 뜻하지는 않는다. 관계 안정의 진전을 실제 성과로 이어가려면, 이미 합의한 조치를 이행하면서 협력의 범위와 방식에 남은 차이를 좁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