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대중문화예술상 36명·팀 포상…창작·지속·해외 확장의 성취
공연제작자·성우·연주자도 수훈…스타 중심 흥행 지표 넘어선 공로 조명
고(故) 신해철과 유재석, 블랙핑크가 같은 해 문화훈장 수훈자 명단에 올랐다. 실험적 음악으로 한국 록의 대중화에 앞장선 가수, 30년 넘게 방송 현장을 지킨 희극인,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K팝을 빛낸 아이돌까지. 활동 무대와 성취의 방식은 다르지만, 이들을 함께 놓으면 한국 대중문화가 성장해 온 과정이 드러난다.
올해 17회를 맞은 ‘2026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의 포상 대상은 총 36명(팀)이다. 문화훈장 10명, 대통령 표창 7명(팀), 국무총리 표창 8명(팀), 문체부 장관 표창 11명(팀)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2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최됐다.
문화훈장은 신해철에게 은관문화훈장, 유재석·한영애·박명성·박영남·신관웅에게 보관문화훈장, 블랙핑크의 로제·리사·제니·지수에게 각각 옥관문화훈장이 돌아갔다.
이번 명단은 창작과 지속, 해외 확장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읽을 수 있다.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내고, 오랜 기간 대중과 접점을 유지하며, 국경을 넘어 관객을 넓힌 성취가 한자리에 모였다. 공연제작자와 성우, 연주자의 수훈은 그 성취를 완성하는 산업의 기반도 돌아보게 한다.
고(故) 신해철의 공로, 당장의 흥행으로 환산할 수 없는 창작
신해철은 1988년 밴드 무한궤도로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은 뒤 넥스트(N.EX.T) 등을 통해 실험적인 음악 세계를 펼쳤다. 이번 포상에서도 한국 록 음악의 대중화를 이끈 공로가 제시됐다.
이 공로는 특정 시점의 판매량이나 흥행 실적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새로운 음악적 시도와 장르의 저변 확대는 작품이 발표된 뒤에도 평가가 이어지는 영역이다. 이미 만들어진 작품의 성적뿐 아니라, 대중음악의 표현 범위를 넓힌 활동까지 살펴야 한다.
콘텐츠산업에서도 흥행의 규모와 창작의 영향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작품이 얼마나 팔렸는지는 중요한 성과지만, 그것만으로 작품의 가치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신해철의 수훈은 장르의 지평을 넓히고 음악적 실험을 이어간 활동이 시대와 유행의 변화를 뛰어넘어 대중문화의 자산으로 남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설명=방송인 유재석의 2026년 5월 모습.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이정우 / Korea.net / CC BY-SA 4.0 / 일부 크롭]
유재석의 30년, 블랙핑크의 10년…지속과 확장의 경쟁력
유재석과 블랙핑크의 수훈은 서로 다른 형태의 경쟁력을 보여준다. 희극인 유재석은 30년 넘게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블랙핑크는 미국 빌보드 200과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정상 등 해외 성과를 냈으며, 멤버들의 개인 활동을 통한 한류 확산도 공적으로 평가됐다.
유재석의 이력이 오랜 시간 대중과 관계를 이어온 활동의 지속성을 보여준다면, 블랙핑크의 성취는 국내에서 출발한 콘텐츠가 다른 언어권의 관객에게 도달한 시장 확장의 사례다.
산업의 관점에서 두 역량은 모두 중요하다. 새로운 관객을 확보하는 것과 이미 형성된 관심을 오래 유지하는 것은 서로 다른 과제다. 해외 시장 진입에 성공하더라도 후속 활동이 이어져야 하고, 오랜 활동 경력이 있더라도 변화하는 대중과 계속 만나야 한다.
이번 수훈 명단은 한 시기의 인기만이 아니라, 장기간의 활동과 해외에서의 성취를 함께 살펴볼 계기를 제공한다.

[사진설명=2025년 월드투어 ‘데드라인’ 밀라노 공연 무대에 오른 블랙핑크./사진=Yeagvr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스타 뒤에 가려지기 쉬운 이름들…콘텐츠를 완성하는 기반
유명 스타의 이름에 관심이 집중되기 쉽지만, 올해 문화훈장 명단에서 공연제작자 박명성, 성우 박영남, 재즈 연주자 신관웅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가수 한영애 역시 데뷔 50주년을 맞아 보관문화훈장 수훈자로 선정됐다.
박명성은 ‘맘마미아!’와 ‘시카고’ 등을 국내 무대에 올린 공연제작자다. 박영남은 ‘아기공룡 둘리’와 ‘짱구는 못말려’ 등의 목소리로 대중과 만났다. 신관웅은 한국 재즈 현장에서 활동을 이어온 연주자다.
이들의 활동은 콘텐츠 경쟁력을 스타의 인지도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제작 역량,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목소리 연기, 장르의 현장을 이어가는 연주 활동은 각각 콘텐츠의 완성도를 이루는 요소다.
장기간 축적된 경험과 기술은 짧은 흥행 주기로 평가하기 어렵다. 대중에게 익숙한 작품과 무대가 이어지는 데에는 전면에 드러나는 출연자뿐 아니라 다양한 직군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번 포상은 그 기여를 함께 드러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사진설명=뮤지컬 ‘맘마미아!’ 공연 장면./사진=인천광역시, 2025년 공개 자료·공공누리 제1유형.]
공로에 대한 인정에서 다음 성취를 위한 기반으로 문체부는 지난 4월부터 대국민 공모와 전문가 추천을 통해 후보자를 발굴하고, 공적 기간과 국내외 활동 실적, 관련 산업 기여도, 사회 공헌도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올해 수상자를 선정했다. 대중적 성과뿐 아니라 장기간의 활동과 산업·사회적 기여를 함께 평가한 것이다. 공로를 기리는 일과 다음 세대가 성취를 이어갈 여건을 마련하는 일은 함께 추진해야 할 과제다. 제작자와 성우, 연주자의 수훈이 이들의 역할을 조명했다면, 이제는 해당 분야의 경험과 역량이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산업이 살펴야 할 지점은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기회, 창작자와 현장 인력이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여건, 해외의 관심을 후속 작품과 공연으로 연결할 제작 역량이다. 성취한 인물을 기리는 데서 나아가 새로운 성취가 나올 수 있는 기반을 점검해야 한다. 신해철의 창작, 유재석의 지속성, 블랙핑크의 글로벌 확장은 서로 다른 경로로 축적된 한국 대중문화의 자산이다. 다음 경쟁력 역시 새로운 스타의 등장만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새로운 시도를 작품으로 구현하고, 관객에게 전달하며, 그 성과를 다음 창작으로 이어갈 수 있는 생태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