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최태원, 노소영에 9440억 재산분할”…1조3808억서 감액
‘세기의 이혼’으로 불렸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재산분할 소송이 파기환송심에서 새 결론을 맞았다. 법원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의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며, 2심에서 인정됐던 1조3808억원보다 규모를 줄였다.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판사 이상주)는 24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선고에서 “최태원은 노소영에게 재산분할로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2017년 최 회장이 이혼 조정을 신청한 이후 9년간 이어진 법정 공방이 일단락되는 순간이다.
1988년 ‘청와대 결혼’에서 9년 법정공방까지
두 사람의 인연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88년 9월, 청와대에서 치러진 결혼식으로 시작됐다. 이후 최 회장은 2015년 혼외자 존재를 공개하며 노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밝혔고, 2017년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분쟁이 공식화됐다. 조정이 결렬되자 2018년 정식 소송으로 이어졌다.
노 관장은 2019년 반소를 제기해 위자료 3억원과 SK 주식 절반 수준의 재산분할을 요구했다. 1심은 노 관장의 기여를 제한적으로 인정해 재산분할 665억원과 위자료 1억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혼인 기간과 가사·내조 등을 폭넓게 반영해 재산분할 1조3808억원과 위자료 20억원을 인정했다.
대법 “노태우 비자금 300억은 뇌물”…재산분할 기여로 못 본다
판결의 방향을 바꾼 것은 대법원의 법리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노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유입됐다는 점을 전제로 이를 노 관장의 ‘기여분’으로 본 2심 판단을 뒤집었다. 이 자금이 법적 보호 가치가 없는 뇌물, 즉 민법상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받은 비자금을 사위 측에 제공했다면 이는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 법의 보호 영역 밖에 있다”며 “불법적으로 조성된 자금은 설령 부부 공동재산 형성에 사용됐다 하더라도 재산분할 기여로 고려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취지를 반영해 재산분할 부분을 파기환송했고, 이번 고법 판결에서 최종 분할액이 9440억원으로 다시 산정됐다.
쟁점은 ‘SK 주식’…분할 대상과 기준 시점 놓고 공방
파기환송심에서 양측은 SK 주식이 어느 범위까지 분할 대상이 되는지, 그리고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지를 두고 첨예하게 맞섰다. 최 회장 측은 선대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자산과 이후 경영 과정에서 증여·처분된 주식은 혼인 중 공동 형성 재산과는 별개라고 주장했고, 노 관장 측은 혼인 기간 동안 이뤄진 경영·가정 기여를 근거로 보다 넓은 범위의 주식까지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지난 1월 첫 변론 이후 약 3개월 만에 사건을 조정에 회부하며 합의를 시도했지만, 재산 규모와 분할 비율을 둘러싼 간극을 좁히지 못해 조정은 무산됐다. 이후 법원이 선택한 해법이 바로 9440억원 분할이라는 숫자다. 이는 2심(1조3808억원)보다는 줄었지만, 1심(665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국내 이혼 재산분할 사건 가운데 최상위 규모다.
남은 변수는 ‘지배구조’ 및 추가 법적 대응
이번 판결은 최 회장 개인의 이혼 소송을 넘어, SK그룹 지배구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하느냐에 따라,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 구조와 향후 승계·지배 전략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판결이 확정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양측 모두 상고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대법원에서 다시 한 번 법리 검토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기의 이혼’으로 불린 최태원·노소영 재산분할 소송은,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을 계기로 또 한 번 분수령을 맞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