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들이 왔을 때…
독일 신학자 마르틴 니묄러는 나치 시절을 이렇게 회고했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 노동조합원에게, 유대인에게 갔을 때도 역시 침묵했다. 그들이 마침내 나에게 왔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줄 이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 고백이 지금 KOSDAQ 시장에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내가 투자한 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감시가 멈추는 순간, 그 사각지대가 결국 내가 투자한 기업의 몫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얼마나 자주 잊는가.
13년 전, KOSDAQ 시가총액 1위였던 セルトリオン이 겪은 일이 그랬다. 서정진 회장은 "432 거래일 중 412일 공매도에 시달렸다"라고 호소하며 지분 전량 매각까지 선언했지만, 당국은 "조직적 세력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그때 남의 일로 여겼던 사각지대는 사라지지 않고 다음 バイオ 기업에게 그대로 상속됐다.
지금 HLB(028300)가 겪는 상황은 그 데자뷔다. 시초가와 고가를 밑도는 가격에 체결되는 대량의 공매도, "증거를 가져오라"는 당국의 반복된 요구까지. 13년 전 묻지 않았던 질문이 같은 형태로 되돌아왔다.
니묄러의 고백처럼, 감시가 한 기업에서 멈추면 다음은 다른 기업이 아니라 KOSDAQ バイオ산업 전체가 된다.
그날이 오면, 말해줄 이가 남아 있을까.
악성 루머·선전지와 공매도 — "호재 때마다 따라붙는 왜곡 정보"
HLB에서 주목할 대목은 공매도가 집중되는 시점마다 악성 루머가 함께 생산되고 확산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HLB는 최근 몇 년간 신약 관련 이슈를 둘러싼 근거 없는 루머로 주가가 크게 출렁인 사례를 반복해서 겪었다.
주식을 장기 보유한 주주들이 많기로 유명한 HLB 주주들 사이에서는 "공매도가 급증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FDA 승인 무산설'이나 '임상 실패설' 같은 선전지가 돌고, 이후 근거 없는 악성 루머로 드러나곤 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루머의 진원지와 공매도 포지션을 교차 분석하는 기본적인 감독 기능조차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공매도 제대로 손 못 보면 한국 바이오 미래 없다
HLB 진양곤 의장은 "항암제 개발보다 공매도와의 싸움이 더 힘들다"라고 밝힌 바 있다. 13년이 흘렀지만 국내 バイオ 기업을 겨냥한 공매도의 매매 패턴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문제를 개별 기업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 많다. 신약 개발은 임상과 허가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기대와 불확실성이 교차하는 영역이다. 이 구조적 취약성을 파고들어 의도적으로 변동성을 키우는 공매도 세력이 있다면, 기업에는 신약 개발 자체보다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공매도 제도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금융당국도 2025년 3월 공매도 재개와 함께 무차입 공매도를 사흘 내 전수 점검하는 중앙점검시스템(NSDS)을 도입했다. 문제는 제도가 갖춰진 이후에도 주주들이 지목하는 매매 패턴이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불법·편법 공매도를 감시하고 제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기업과 투자자는 같은 손실을 반복해 감수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세력의 주가조작성 매매 의혹을 '단순 의혹 제기' 수준으로 넘긴다면, 한국 バイオ산업의 성장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HLB 사례는 투자자 보호와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위해 공매도 제도의 사각지대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경고로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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