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만든 기형적 시장, 코스닥은 왜 숫자로 퇴출을 결정하나
주가 1,000원과 시가총액 200억원은 왜 상장폐지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가.
KOSDAQ 시장을 둘러싼 최근 규제 강화는 이 질문에서 다시 출발할 필요가 있다.
니체의 계보학은 어떤 제도가 옳은지 그른지를 먼저 따지지 않는다. 그 제도가 어디서 시작됐고, 어떤 사건과 이해관계를 거쳐 제도화됐는지를 추적한다. 지금의 KOSDAQ 규제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의 상장폐지 기준은 처음부터 시장 전체를 조망한 결과라기보다, 위기와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덧붙여진 대응이 누적된 결과에 가깝다.
금융당국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잇따른 주가조작과 회계부정 사태를 거치며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회복을 명분으로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왔다. 문제는 많은 제도가 시장 전체의 성장 구조를 설계한 결과가 아니라, 개별 사건에 대한 응급 처방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며 이 처방들은 하나의 체계처럼 굳어졌고, 그 사이 시장의 규모와 성격은 크게 달라졌다.
KOSDAQ은 본래 모험자본이 작동하는 시장이다.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기술과 시장을 먼저 확보하려는 기업, 아직 이익보다 성장성이 더 중요한 기업이 자본시장을 통해 평가받는 곳이 KOSDAQ 시장의 존재 이유다. 그러나 지금의 제도는 그런 시장의 성격보다 관리 가능한 숫자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상장폐지 기준 강화다. 金融委員会와 한국거래소는 2026년 2월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KOSDAQ 시가총액 기준은 기존 계획보다 앞당겨 2026년 7월 1일 200억 원, 2027년 1월 1일 300억 원으로 상향된다. 같은 날부터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에 대한 상장폐지 요건도 새로 도입됐다.
동전주 규제의 작동 방식은 단순하다. 주가가 30 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 거래일 중 45 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을 유지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액면병합을 통한 형식적 우회를 막기 위해 병합 이후에도 액면가 미만이면 요건에 포함하도록 설계됐다.
문제는 이런 기준이 시장의 본질을 얼마나 반영하는가에 있다. 주가와 시가총액은 시장이 특정 시점에 부여한 평가일 뿐, 기업의 기술력과 사업모델, 산업 내 위치, 향후 자금조달 가능성까지 온전히 대변하지는 못한다. 특히 バイオ와 딥테크, 플랫폼처럼 초기 적자와 높은 변동성이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업종에까지 일률적 숫자 기준을 적용할 경우, 규제는 부실 정리보다 성장 가능성의 조기 차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KOSDAQ의 설계 목적과 규제의 방향은 정면으로 충돌한다. 혁신기업 시장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적자 지속과 저평가 상태를 견디기 어려운 제도를 강화하면 자본시장은 더 이상 실험의 장이 아니라 조기 퇴출의 장이 된다. 시장의 활력을 높이겠다며 만든 규제가 오히려 위험 감수와 장기 투자를 위축시키는 역설이 나타나는 이유다.
물론 반론도 있다. 금융당국은 부실기업이 시장에 장기간 잔류하면 투자자 피해가 커지고 자금 배분의 효율도 떨어진다고 본다. 실제 개혁 방안은 시가총액과 동전주 기준뿐 아니라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공시위반 벌점 강화, 상장폐지 집중관리단 운영 등 전반적인 퇴출 체계 강화를 포함하고 있다. ‘상장은 쉽게, 퇴출은 어렵게’라는 기존 구조를 손보겠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다시 질문해야 한다. 부실기업을 신속히 정리해야 한다는 원칙과, 주가 1,000원과 시가총액 200억원이라는 숫자가 타당하다는 결론은 같은 말이 아니다.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명분이 곧 숫자 기준의 정당성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정책은 원칙만이 아니라 설계의 정밀함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더구나 숫자 중심 규제는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도 낳는다. 기업은 본업의 경쟁력보다 단기적으로 시총과 주가를 방어하는 데 더 큰 유인을 느끼게 되고, 그 과정에서 비핵심 자산 매각, 형식적 구조조정, 무리한 인수합병, 일회성 실적 만들기 같은 왜곡된 대응이 나타날 수 있다. 시장이 기업의 장기 전략을 평가하는 공간이 아니라 규제 회피를 위한 전술이 난무하는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이번 개혁안 시행 시 올해 KOSDAQ 상장폐지 대상 기업 수가 당초 50개 안팎에서 150개사 내외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보도에서는 최대 220여 개 기업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제도 정비를 넘어 KOSDAQ 시장의 성격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수준이다.
결국 핵심은 규제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규제의 설계 방식이다. 지금의 KOSDAQ 규제는 시장의 복합적인 문제를 세밀하게 다루기보다, 위기 때마다 숫자 기준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그 결과 과거에는 필요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시장의 성장 단계와 맞지 않는 규제가 누적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KOSDAQ은 본래 성공이 보장된 기업만 남는 시장이 아니라,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면서도 새로운 산업과 기술에 자금을 공급하는 시장이어야 한다. 적자 기업을 무조건 살리자는 뜻이 아니다. 다만 부실기업 퇴출이라는 명분 아래 성장 기업의 시간과 실패 가능성까지 일률적으로 압축하는 제도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복합적 문제를 단순한 숫자 규제로 해결하려는 방식은, 시장의 성장 논리와 정면으로 어긋날 수 있다.
숫자는 관리에 편리하지만, 시장의 미래는 숫자만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KOSDAQ 규제는 부실기업을 솎아내는 기능을 넘어, 성장 기업이 감내해야 할 시간과 실패의 여지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