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실리콘 ㎏당 21달러·모듈 W당 0.38달러…12월 4일 시행
잉곳·태양광 파생제품에는 15% 추가 관세
미국 내 수직계열화 구축한 한화솔루션, 수입품 대비 경쟁여건 개선 기대
미국이 폴리실리콘과 태양광 제품에 최저수입가격(MIP·Minimum Import Price)을 도입한다. 단순히 관세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수입제품에 가격 하한을 설정해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저가 제품 유입을 억제하겠다는 조치다.
미국 현지에서 잉곳과 웨이퍼, 태양전지, 모듈로 이어지는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한화솔루션은 수입제품과의 가격 경쟁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인 수혜 가능성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 6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폴리실리콘과 파생제품의 수입을 조정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오는 12월 4일 오전 0시1분(미 동부시간)부터 시행된다.
미국이 설정한 최저수입가격은 폴리실리콘 ㎏당 21달러다. 폴리실리콘을 녹여 굳힌 실리콘 덩어리인 잉곳과 이를 얇게 절단한 웨이퍼에는 ㎏당 100달러가 적용된다. 태양전지는 와트(W)당 0.22달러, 여러 장의 태양전지를 결합한 태양광 모듈은 W당 0.38달러로 각각 정해졌다. 상무부 장관은 시장 상황과 왜곡되지 않은 자유시장 여건에서의 공정가치 등을 반영해 기준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태양광 제품의 생산과정은 일반적으로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 셀→모듈 순으로 이어진다. 미국이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공급망 전반에 가격 기준을 설정하면서 기존 셀·모듈 중심의 수입 규제보다 범위가 넓어졌다.
가격 낮을수록 추가 부담…저가 판매 제한
MIP는 수입가격에 일정 비율을 곱해 관세를 부과하는 일반적인 종가관세와 구조가 다르다.
수입업체는 미국 내 최초의 독립 당사자 간 거래가격이 품목별 MIP 이상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거나, 포고문 서명 전에 고정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의 서류를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제출할 수 있다.
관련 서류를 제출했더라도 세관 신고가격이 MIP보다 낮으면 신고가격과 MIP 간 차액만큼 특정관세가 부과된다.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해당 제품에 설정된 MIP와 같은 금액의 특정관세가 적용된다.
CBP가 제출 서류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인증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하면 해당 수입업체와 계열사는 폴리실리콘과 파생제품의 미국 수입이 영구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관련 법률에 따라 별도의 제재도 부과될 수 있다.
결국 수입업체가 관세를 부담하면서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방식까지 어렵게 만들어 저가 수입제품의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을 직접 낮추겠다는 취지다.
잉곳·파생제품에 15% 추가 관세
미국은 MIP와 별도로 폴리실리콘 잉곳과 포고문 부속서에 지정된 파생제품에 15%의 추가 종가관세를 부과한다.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에는 MIP가 적용되지만, 포고문상 15% 추가관세는 잉곳과 파생제품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과 일본, 대만,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유럽연합(EU) 회원국 제품은 미국 관세표상 일반세율인 ‘Column 1 세율’과 이번 무역확장법 232조 추가관세의 합계가 15%가 되도록 조정된다. 이는 반덤핑·상계관세 등 다른 모든 관세까지 합쳐 15%로 제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영국산 제품에는 이번 포고문에 따른 10% 추가관세가 적용된다.
한국산 제품도 MIP 적용 대상에서 자동으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의 신고가격이 품목별 기준보다 낮으면 가격 차이에 따른 특정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특정 국가만을 겨냥한 규제가 아니라 포고문 부속서에 포함된 수입품 전반에 적용된다. 다만 미국과 유사한 MIP 제도를 도입하는 교역상대국에 대해서는 상무부가 향후 MIP와 관세의 적용 방식을 달리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투자 기업에는 232조 관세 인센티브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을 제한하는 동시에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를 촉진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기업이 미국에서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 생산시설을 신설하거나 기존 시설을 확장·개보수하는 온쇼어링 계획을 제출해 상무부 승인을 받으면, 새로 약속한 투자 규모에 상응하는 물량의 생산설비와 대상 제품을 이번 조치에 따른 232조 관세 없이 수입할 수 있다.
투자계획에는 늦어도 2029년 1월 20일까지 공사를 시작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상무부는 공사 착수 시점과 사업 일정, 예상 생산능력, 비용과 생산 전망의 타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관세 혜택은 시설 건설 기간과 투자 이행 정도에 연동된다. 기업이 약속한 투자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으면 혜택이 중단되거나 취소될 수 있으며, 사기나 고의적인 허위 설명이 확인되면 이미 받은 혜택도 소급해 취소될 수 있다.
시행일을 앞두고 수입물량을 과도하게 늘리는 행위도 규제 대상이다. 상무부가 특정 기업이 폴리실리콘이나 파생제품을 사재기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CBP와 협력해 해당 기업과 계열사의 수입을 제한하도록 했다.
한화솔루션, 미국 현지 생산기반 경쟁력 부각
국내 증시에서는 한화솔루션이 이번 정책의 수혜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거론된다. 큐셀은 별도의 상장회사가 아니라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부문으로, 태양전지와 모듈을 비롯해 분산형 에너지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은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과 돌턴에 태양광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카터스빌 공장은 지난 6월 태양전지 생산을 시작했으며, 완전 가동 시 잉곳·웨이퍼·셀은 각각 연 3.3GW, 모듈은 연 3.5GW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돌턴 공장을 포함한 조지아주 전체 모듈 생산능력은 2026년 3분기 말 연 8.6GW에 이를 예정이다.
미국 정부가 수입 태양전지와 모듈에 가격 하한을 설정하면 현지에서 생산하는 한화솔루션은 저가 수입 완제품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카터스빌 공장은 잉곳부터 웨이퍼·태양전지·모듈까지 주요 공정을 한 곳에서 수행하는 수직계열화 시설이라는 점에서 이번 공급망 현지화 정책과 방향이 맞닿아 있다.
다만 이번 포고문에 포함된 투자 인센티브가 한화솔루션에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혜택을 받으려면 새로운 투자계획을 제출해 미국 상무부의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하며, 기존 카터스빌 투자만으로 232조 관세 면제 대상이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 정책 시행이 곧바로 한화솔루션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이르다. 미국 공장의 가동률과 원재료 조달비용, 상무부의 세부 시행지침, 현지 태양광 설치 수요가 실제 수익성에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태양광 제품 가격 상승이 발전사업자의 프로젝트 비용을 높여 미국 내 설치 수요를 둔화시킬 가능성도 변수다. 그럼에도 수입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지고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는 정책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현지 공급망을 확보한 한화솔루션의 전략적 위치는 한층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