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개발은 지지했지만 의무화에는 반대…‘부모 선택권’ 강조
희귀질환 신속심사 이어질 가능성…3000명 이탈한 조직 재건도 과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이디 오버턴 백악관 국내정책위원회 부국장을 차기 FDA 국장 후보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마티 매캐리 전 국장이 물러난 지 약 석 달 만이다.
오버턴은 규제기관 관료가 아니라 백악관에서 보건정책을 설계해온 참모다. 그의 발탁은 신약 심사 속도를 높이는 흐름을 이어가면서 백신과 임신중지 의약품의 안전성 기준은 다시 살피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19일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버턴을 FDA 국장 후보로 지명할 예정이다. 아직 백악관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오버턴은 공식 지명 이후 상원 인준을 통과해야 취임할 수 있다.
FDA는 매캐리 전 국장 사임 이후 카일 디아만타스 국장대행 체제로 운영돼왔다. 매캐리는 과일향 전자담배 판매와 임신중지약 미페프리스톤 정책 등을 놓고 백악관·보수 진영과 부딪혔다. 그 전후로 주요 부서 책임자를 포함해 3000명 이상이 FDA를 떠났다.
오버턴은 뉴멕시코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존스홉킨스대에서 일반외과 수련을 거쳤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에서는 임상연구 박사학위를 받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백악관 펠로우를 거쳐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최고정책책임자와 건강한미국센터 부의장을 지냈다.
백신 반대 아닌 ‘일률적 접종’에 선 그어
오버턴이 백신 자체를 부정해온 것은 아니다. 개발 속도와 정부 지원에는 우호적이지만, 접종 여부까지 정부가 일률적으로 정하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2021년 공동 집필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백신을 11개월 만에 개발한 ‘초고속 작전’을 성공적인 민관 협력 사례로 평가했다. 정부가 초기 투자와 구매를 보장하고 임상과 생산을 동시에 진행한 것이 개발 기간을 줄였다고 분석했다.
이듬해에는 “백신에 반대하지 않고도 학교의 코로나19 백신 의무화에 반대할 수 있다”는 글을 공동 기고했다. 학교가 부모의 결정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최근 행보도 같은 선상에 있다. 오버턴은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아동 백신 접종 권고 대상 질병을 18종에서 11종으로 줄이는 행정명령을 발표할 당시 함께 자리했다. 그는 홍역 백신 권고는 유지한다면서도 부모가 접종 시기와 혼합백신 분리 여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신중지 의약품에는 더 엄격한 입장을 보여왔다. 오버턴은 2023년 AFPI 보고서에서 미페프리스톤의 원격 처방과 우편 배송 확대를 비판하고 투약 전 대면진료 등 추가 안전장치를 요구했다. FDA가 진행 중인 미페프리스톤 안전성 재검토는 인준 과정에서도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희귀질환은 속도…근거 부족한 치료법에는 제동
신약 분야에서는 제품에 따라 문턱을 달리할 가능성이 높다. 매캐리 전 국장은 희귀질환 치료제를 위한 새로운 허가 경로를 만들고 신약 심사기간 단축을 추진했다. 임시 지도부도 일부 희귀질환·유전자치료제의 심사 경로를 다시 열었다.
오버턴은 신약 허가에 관한 세부 입장을 많이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백신 신속 개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펜타닐 해독제 날록손의 일반의약품 전환과 접근성 확대도 지지했다. 치료 수요가 크고 효과가 확인된 의약품은 환자에게 빨리 도달해야 한다는 쪽이다.
속도만 앞세우지는 않았다. 애틀랜틱에 따르면 오버턴은 근거가 부족한 펩타이드와 환각성 치료제의 규제 완화 요구에 제동을 걸었다. 관련 행정명령도 법적·과학적 검토를 거쳐 범위를 줄였다.
FDA의 다음 방향은 일괄적인 규제 완화보다 ‘선별적 속도전’에 가까워 보인다. 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이나 항암제에는 유연한 허가 경로를 열고, 백신과 임신중지약에는 안전성 자료를 더 요구하는 식이다.
3000명 빠진 FDA…허가 속도보다 흔들리는 기준
오버턴 앞에 놓인 급한 불은 조직이다. FDA에서는 지난 1년간 3000명 이상이 빠져나갔고, 신약과 백신 심사의 방향을 잡아온 고위직도 적지 않다.
그에게 의료와 정책 경험은 있지만 대형 규제기관을 운영한 이력은 없다. 악시오스는 제약업계 일각에서 오버턴 취임 시 전문인력 이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반대로 보수계 보건정책 인사들은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온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
업계가 가장 불편해하는 것은 까다로운 심사가 아니다. 어제 통했던 임상 설계가 오늘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다. STAT에 따르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사들은 FDA 지도부가 바뀔 때마다 허가 가능성을 다시 계산하고 있다. 심사 기준이 움직이면 임상 일정과 투자유치, 기술이전 협상도 함께 흔들린다.
국내 제약·バイオ 기업이 확인할 장면은 세 곳이다. FDA가 다음 희귀질환 치료제에 어떤 자료로 허가 문을 열어주는지, 백신에는 어디까지 추가 검증을 요구하는지, 미페프리스톤의 우편 배송을 그대로 둘 것인지다. 오버턴 체제의 성격은 취임사보다 이 세 결정에서 먼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