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점포 売上高 증가율 2.6%…6년 만에 최저
전자상거래 24% 성장·연간 전망 상향에도 주가 급락
타깃·로스는 선전…고유가에 가격 민감도 높아져
실적 전망을 높였는데 주가는 9% 넘게 빠졌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받아든 이례적인 성적표다.
시장이 주목한 것은 올해 실적보다 소비 둔화였다. 미국 내 동일점포 매출 증가율이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매장을 찾는 고객 증가세도 꺾였다. 지난달 미국 소매판매까지 9개월 만에 감소한 터라 월마트의 숫자에 시장은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월마트의 2027회계연도 2분기 미국 동일점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 3.8%에 크게 못 미쳤다.
방문객 증가율은 1.5%로 직전 분기 3%에서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고객 한 명이 한 차례 방문해 쓰는 금액을 뜻하는 객단가 증가율도 1.1%에 그쳤다.
월마트는 휘발유 가격 상승을 소비 둔화의 한 요인으로 꼽았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면서 소비자들이 지출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불안으로 주유비 부담이 커지자 식료품과 생필품을 제외한 지출에 더 신중해진 모습이다.
월마트 역시 고유가를 피해 가지 못했다. 회사는 올해 연료비가 당초 예상보다 20억달러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월마트는 29억달러 규모의 관세 환급금을 활용해 약 1만1000개 상품 가격을 내렸다. 생활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가격에 민감해진 고객을 붙잡기 위한 선택이다.
시장은 냉정했다. 20일 뉴욕증시에서 월마트 주가는 9.2% 급락했다. 2022년 5월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다. 시가총액도 하루 만에 800억달러 이상 줄었다. 코스트코와 달러트리, 앨버트슨스 등 다른 유통주도 함께 밀렸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3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87%, 나스닥종합지수는 1.00% 하락했다. 국채금리와 국제유가가 오른 데다 월마트 실적까지 겹쳤다.
소비지표도 예전 같지 않다. 미 상무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7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6% 줄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 만의 첫 감소이자 14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국내총생산(GDP)의 소비 부문 산정에 반영되는 핵심 소매판매도 0.4% 감소했다.
다만 7월 숫자를 그대로 소비 침체로 읽기는 어렵다. 아마존이 올해 프라임데이를 7월에서 6월로 앞당기면서 온라인 소비가 6월에 미리 잡힌 영향이 있다. 자동차 판매와 주유소 매출 감소도 전체 소매판매를 끌어내렸다.
월마트 실적에도 다른 숫자가 있다. 2분기 전자상거래 매출은 24% 늘었고 광고와 멤버십 사업도 성장했다. 회사는 올해 매출 증가율 전망을 기존 3.5~4.5%에서 4~5%로 높였고 연간 이익 전망도 상향했다.
그런데도 주가는 9% 넘게 빠졌다. 시장이 월마트의 올해 실적보다 미국 소비의 다음 흐름을 더 불안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지갑 닫은 게 아니다…가격 따라 움직이는 美 소비
다른 유통업체의 성적표를 보면 미국 소비의 변화가 조금 더 선명해진다.
하루 앞서 실적을 발표한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깃의 2분기 동일점포 매출은 3.8%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 2.5%를 웃돌았다. 디지털 매출도 8.7% 늘었다. 연간 매출 전망을 다시 높이자 주가는 5% 상승했다.
할인 유통업체 로스스토어스는 더 좋았다. 2분기 매출은 62억6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3% 늘었다.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올해 이익 전망도 상향했다. 실적 발표 후 시간외거래에서 주가는 약 7% 올랐다.
로스스토어스의 실적은 최근 소비 흐름을 보여준다.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백화점이나 전문 의류매장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할인된 브랜드 상품으로 이동했고, 로스스토어스가 그 수요를 흡수했다.
월마트에서도 온라인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타깃은 시장 예상을 웃돌았고 할인점 로스스토어스에는 고객이 몰렸다. 미국 소비자들이 돈을 쓰지 않는 게 아니라 가격과 구매처를 더 따지기 시작한 셈이다.
최근 지표에는 경계할 만한 신호도 있다. 7월 소매판매가 감소한 데 이어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8월 51.0으로 7월 55.2보다 낮아졌다. 고유가와 생활비 부담이 길어질수록 가격에 민감한 소비는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미국 소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월마트에서는 온라인 매출이 24% 늘었고, 타깃은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할인 상품을 앞세운 로스스토어스에는 오히려 소비자가 몰렸다. 지갑을 닫았다기보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더 싼 곳, 필요한 상품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월마트의 9% 급락은 이런 변화에 시장이 얼마나 예민해졌는지를 보여준다. 연간 실적 전망을 높인 것보다 매장 방문객 증가세가 둔화한 데 더 크게 반응했다. 미국 소비의 힘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예전처럼 쉽게 지갑을 여는 소비자는 줄고 있다. 월마트의 이번 실적이 시장에 남긴 신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