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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액면병합 23배, 상장사는 법원으로…‘KOSDAQ 상폐 룰’ 이후 달라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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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액면병합 23배, 상장사는 법원으로…‘KOSDAQ 상폐 룰’ 이후 달라진 풍경
MTIMES Archive / Photo

시총 200억 미만 149곳 중 흑자 45곳…같은 기준 아래 기업 실적은 제각각

첫 적용 27곳 추적…거래 가능 23곳 중 16곳 여전히 기준일 밑돌아

법정·국회로 번진 논쟁…이억원 금융위원장 “미세조정 검토”

정부가 솎아내려던 것은 ‘부실기업’이었다. 그런데 숫자로 만든 그물에 걸린 기업들의 사정은 한 가지가 아니었다.

주가 1,000원, 시가총액 200억원. 기준은 명확하다. 기업의 실질까지 그만큼 선명하게 나눌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지난달 KOSDAQ 상장 유지 시가총액 기준이 200억원으로 높아지고 주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 요건도 새로 적용됐다. 첫 적용에서 KOSDAQ 27개사에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했다. 이후 액면병합 움직임이 확산됐고 일부 상장사는 법원을 찾았다. 국회에서도 제도 보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마켓타임스는 독립리서치 기관인 스몰인사이트리서치의 ‘KOSDAQ 퇴출기준, 숫자와 가치 사이’ 보고서를 출발점으로 金融委員会·한국거래소 자료와 기업 공시를 다시 맞춰봤다. 첫 적용 기업들의 주가를 8월 24일까지 추적하고 같은 기준에 걸린 기업들의 최근 실적도 비교했다. 미국과 일본의 계속상장 기준도 원규를 통해 확인했다.

상장폐지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결론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 부실기업을 제때 퇴출하는 것은 시장 신뢰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 다만 가격이라는 잣대가 실제 어떤 기업을 걸러내고 있는지는 시행 이후의 숫자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27곳에 처음 작동한 ‘1,000원·200억원’


금융당국이 KOSDAQ 퇴출 구조에 손을 댄 배경은 분명하다. 金融委員会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KOSDAQ시장에는 1,353개사가 새로 들어왔지만 퇴출된 기업은 415개사에 그쳤다. 부실기업이 장기간 남아 시장 신뢰와 자금 배분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게 당국의 문제의식이었다.

KOSDAQ 시가총액 기준은 올해 1월 150억원에 이어 7월 200억원으로 높아졌다. 2027년 1월에는 300억원으로 다시 올라간다. 종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 요건도 7월부터 적용됐다.

종가 또는 시가총액이 30거래일 연속 기준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중 연속 45거래일 이상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한다. 관리종목 지정이 곧 상장폐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24일 국회에서 같은 절차를 설명했다.

첫 적용에서 KOSPI·KOSDAQ 36개사에 새 가격 기준에 따른 지정 사유가 발생하거나 기존 사유에 추가됐다. KOSDAQ은 27개사였다. 주가 기준 23개사, 시가총액 기준 6개사였고 2개사는 두 기준에 모두 걸렸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스몰인사이트리서치가 KOSDAQ 27개사의 8월 12일과 14일 종가를 비교한 결과 21개사가 하락했다. 상승은 5개사, 보합은 1개사였다. 평균 수익률은 -5.47%, 중앙값은 -5.67%였다.

여기서 한 번 더 따라가 봤다. 마켓타임스가 같은 27개사를 한국거래소(KRX) 전종목 시세를 이용해 8월 24일까지 추적한 결과, 당일 거래가 있었던 23개사 가운데 16개사의 주가가 여전히 12일 종가를 밑돌았다.

평균 수익률은 -1.83%로 첫 충격 당시보다 낙폭을 줄였지만 중앙값은 -10.12%로 더 낮아졌다. 일부 상승 종목이 평균을 끌어올린 반면 다수 종목의 주가는 여전히 기준일보다 낮은 수준에 머문 셈이다.

물론 이 흐름을 관리종목 지정의 영향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개별 실적과 수급, 시장 상황이 함께 움직였다. 다만 첫 지정 열흘여 뒤에도 당일 거래가 있었던 종목의 약 70%가 기준일 가격을 회복하지 못한 것은 확인된다.

200억 아래 149곳…그런데 45곳은 흑자


가격 기준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기준선 아래 기업들의 실적이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KOSDAQ협회와 한국거래소 통계를 토대로 제시한 자료를 보면 7월 31일 기준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KOSDAQ 상장사는 SPAC과 외국기업을 제외하고 149개사다. 이 가운데 45개사, 30.2%가 흑자기업으로 집계됐다.

그렇다고 이 45곳을 곧바로 ‘건전한 기업’으로 묶을 수는 없다. 공개된 건의자료에는 흑자를 판단한 결산연도와 연결·별도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다. 현금흐름과 부채·자본구조, 감사의견, 사업 지속성 등 숫자 뒤의 사정도 함께 봐야 한다.

그래서 실제 지정 기업의 최근 실적을 같은 기간으로 맞춰봤다.

주가 미달 사유가 발생한 제이엠아이는 올해 상반기 연결 営業利益 28억1700만원을 냈다. 같은 주가 기준에 해당한 에스에너지는 상반기 연결 영업손실이 약 103억원이었다.

시가총액 기준에 해당한 패션플랫폼은 상반기 연결 営業利益 약 73억원을 기록했다. 에스앤더블류는 별도 기준 약 7억원, 주가 기준에 해당한 SDN은 연결 기준 약 3억원의 営業利益을 냈다.

한쪽에는 営業利益이 나는 기업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100억원 넘는 영업손실을 낸 기업이 있었다. 같은 가격 기준에 걸렸지만 최근 영업 성적표는 달랐다.

그렇다고 흑자라는 이유만으로 상장 유지의 당위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손익 역시 기업을 판단하는 여러 지표 가운데 하나다. 결국 가격이나 단기 손익 하나만으로 기업의 상태를 충분히 가려낼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남는다.

더구나 시가총액 문턱은 내년 한 차례 더 높아진다. 중소기업중앙회는 7월 말 시가총액 300억원 미만 KOSDAQ 상장사를 SPAC·외국기업 제외 394개사로 추산했다. 내년 300억원 기준 시행을 앞두고 현재 가격대에 놓인 기업의 규모를 보여주는 수치다. 실제 관리종목 지정 여부는 향후 주가와 시가총액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기업은 ‘가격’을 고쳤다…논쟁은 법정·국회로


제도가 숫자를 요구하자 기업도 숫자로 움직였다.

한화투자증권 엄수진 연구원이 지난 13일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金融委員会와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개혁안을 발표한 2월 12일부터 첫 무더기 관리종목 지정이 이뤄진 8월 12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추진된 액면병합은 276건이었다. KOSPI 57건, KOSDAQ 219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건에서 정확히 23배로 늘었다.

신주 상장을 마친 156건 가운데 130건(83.3%)은 신주 상장일보다 7월 15일 주가가 낮았다. 다만 276건의 액면병합을 모두 상장폐지 기준 강화의 결과로 볼 수는 없다. 기업마다 병합 이유와 경영상황이 다르다.

새 기준에 실제로 걸린 기업들의 움직임은 좀 더 직접적이었다. 첫 무더기 지정 당시 주가 미달 기업 가운데 15곳은 이미 액면병합 또는 감자를 위한 주주총회 결의를 예고하고 있었다. 제이엠아이와 우리엔터프라이즈도 5대1 주식병합을 결정했다. 주식병합은 주당 가격을 높이지만 원칙적으로 기업 전체 가치나 기존 주주의 지분율을 바꾸지는 않는다.

금융당국도 이를 예상했다. 액면병합을 하더라도 일정 조건에서는 동전주 요건을 적용할 수 있도록 우회 방지 장치를 뒀다. 가격 기준 강화가 실제 사업·재무 개선으로 이어질지, 기업들이 주당 가격을 먼저 관리하는 움직임을 확산시킬지는 좀 더 지켜볼 대목이다.

가격 기준을 둘러싼 갈등은 법정으로 향했다. KOSPI 2곳과 KOSDAQ 1곳 등 상장사 3곳은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결정을 금지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정에서는 시가총액 기준금액의 산출 근거와 시행 일정을 앞당긴 절차의 정당성, 예측 가능성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거래소는 과거 시가총액 기준이 장기간 유지되는 동안 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한 만큼 기준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30거래일의 관찰기간과 90거래일의 회복기간을 두고 있어 곧바로 퇴출하는 구조도 아니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경계값을 두는 제도에는 어딘가 선을 그어야 한다. 바로 아래와 위 기업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기준 자체가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선을 상장 유지 여부와 연결한다면 반대편 질문도 남는다. 시장가격이 기업의 실질을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느냐다.

이 질문은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이어졌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149개사 가운데 45개사가 흑자라는 점 등을 들어 현행 기준의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큰 틀을 바꾸는 데는 선을 그었다. “정책 신뢰성을 감안하면 전면적인 정책변경은 쉽지 않다”면서도 “미세조정할 부분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부실기업 정리가 우선이라는 정책 방향도 재확인했다.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이라는 정책 방향은 유지하되 세부 기준에는 조정 여지를 남긴 셈이다. 시행 초기의 논의도 기준 강화 자체를 되돌리기보다는 가격 기준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도 ‘가격 상폐’ 논쟁…차이는 ‘가격 다음’


가격을 계속상장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은 한국만의 방식은 아니다. 다만 미국에서도 가격이나 시장가치를 어느 수준까지 직접적인 퇴출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진행 중이다.

나스닥은 지난달 상장증권 시장가치(MVLS)가 500만달러 미만인 상태가 30거래일 연속 이어진 기업에 대해 기존 개선기간 없이 거래정지와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가는 새 기준을 마련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받았다. 이후 재심 절차가 제기되면서 승인명령의 효력이 정지돼 새 기준은 현재 시행되지 않고 있다.

기존 나스닥 캐피털마켓도 최저 호가 1달러를 계속상장 요건으로 둔다. 이와 함께 공개주주 수와 유통주식 등 공통 요건을 적용하고 주주자본·상장증권 시장가치·계속사업 純利益 가운데 하나의 추가 기준도 충족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조금 더 선명해진다. KOSDAQ의 1,000원·200억원 기준은 각각 독립적인 관리종목 지정 요건으로 작동한다. 나스닥 역시 가격과 시장가치를 보지만 다른 계속상장 요건을 함께 적용하고, 새로운 시장가치 기준을 둘러싼 논쟁도 현재 진행형이다. 단순히 ‘미국도 가격을 본다’는 사실보다 가격을 어떤 조건과 절차로 퇴출에 연결하느냐가 비교의 핵심인 셈이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그로스시장도 시가총액 기준을 둔다. 현재는 상장 10년 이후 시가총액 40억엔 이상을 요구한다. 한국과 다른 점은 가격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기말 하루의 주가 대신 기말까지 3개월간 일별 종가 평균에 기말 상장주식 수를 곱한다. 2030년 3월부터는 상장 5년 이후 시가총액 100억엔으로 문턱이 높아진다.

해외 제도를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다. 시장 규모와 상장기업 구성이 다른 만큼 단순 비교에도 한계가 있다. 다만 가격 기준을 유지하면서 무엇을 함께 보고 어떤 절차를 둘 것인지에 따라 제도의 설계는 달라질 수 있다.

숫자로 세운 문턱, 이제 ‘그 다음’을 볼 때


상장폐지는 결국 선을 긋는 일이다. 어느 기업은 시장에 남고 어느 기업은 밖으로 나간다. 기준이 필요한 이유이자, 그 기준이 정교해야 하는 이유다.

부실기업을 제때 내보내지 못하면 시장 신뢰가 흔들리고 투자자금이 생산적인 기업으로 이동하는 데도 걸림돌이 된다. 퇴출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문제의식에는 이유가 있다.

그러나 문턱을 높이는 것만으로 시장이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많이 내보냈느냐보다 어떤 기업을 가려냈느냐가 중요하다. 실제 기준선 아래 기업들의 영업 상황은 제각각이었고, 시장에서는 액면병합 등 가격 자체를 조정하는 대응도 잇따랐다. 제도가 애초 겨냥한 ‘부실기업 퇴출’과 실제 작동 방식 사이에 간극은 없는지 확인해야 할 이유다.

스몰인사이트리서치가 새 가격 기준으로 지정 사유가 발생한 36개사 가운데 공시자료를 확보한 32개사의 소액주주 수를 단순 합산한 결과는 47만367명이었다. 회사별 공시 기준일이 다르고 한 투자자가 여러 종목을 보유했을 수 있어 이를 서로 다른 47만명으로 볼 수는 없다. 그래도 상장폐지 기준의 영향이 기업과 경영진 선에서 끝나는 문제는 아니다.

보완의 방향이 문턱을 다시 낮추는 데만 있을 이유도 없다. 주가와 시가총액을 빠르고 객관적인 1차 기준으로 두되 가격과 기업 실질이 크게 엇갈리는 경우 영업활동과 현금흐름, 부채·자본구조, 감사의견, 사업 지속성 등을 제한적으로 확인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한 가지 보완 방안으로는 현행 개선기간을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단순히 가격을 회복하는 시간으로만 두기보다 필요한 경우 기업의 영업·재무 상황이 실제로 개선되고 있는지 제한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런 절차가 부실기업의 퇴출을 늦추는 새 통로가 돼서는 안 된다. 적용 대상과 판단 기준, 심사 기간을 좁고 명확하게 설계해야 한다.

24일 국회에서 나온 ‘미세조정’은 그래서 눈에 띈다. 강화냐 완화냐의 양자택일보다는 강화된 틀 안에서 가격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가 다음 논의가 될 수 있다.

가격은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숫자다. 하지만 기업의 실질까지 가격표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KOSDAQ 상장폐지 개혁의 다음 시험대는 문턱을 다시 낮추느냐가 아니다. 높아진 문턱이 애초 겨냥했던 기업을 제대로 가려내고 있느냐다.

MARKET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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