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손라십 3상서 생존기간 13.2개월…기존 화학요법 6.7개월
국내 환자 77명 후속 3상 참여…1차 치료·수술 후까지 영역 확대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던 췌장암에서 새로운 표적치료제가 나왔다. 임상 3상에서 기존 화학요법보다 전체생존기간을 두 배 가까이 늘린 다락손라십(daraxonrasib)이 美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미국에서 허가된 것은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전이성 췌장암 환자 등이지만 개발은 이미 그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전이성 췌장암의 첫 치료부터 다락손라십을 쓰는 임상과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한 임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두 시험에는 한국 환자 77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美 식품의약국(FDA)은 26일(현지시간) 레볼루션 메디슨스(Revolution Medicines)의 경구용 RAS 억제제 '라손큐(RASONQUE·성분명 다락손라십)'를 전이성 췌장선암 치료제로 승인했다. 대상은 이전에 최소 한 차례 전신치료를 받았거나 다제 전신요법을 받을 수 없는 성인 환자다.
다락손라십이 주목받는 것은 치료 성적뿐만이 아니다. 이 약이 겨냥하는 RAS는 암세포의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오랫동안 약으로 직접 공략하기 어려운 표적으로 꼽혔다.
변화는 2021년 암젠의 소토라십이 특정 KRAS G12C 변이를 겨냥한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다만 췌장암에서 G12C 변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아 적용할 수 있는 환자가 제한적이었다.
다락손라십은 접근법이 다르다. 특정 변이 하나가 아니라 활성화된 여러 형태의 RAS 단백질을 억제한다. FDA는 라손큐를 전이성 췌장암에서 RAS를 겨냥한 첫 계열 내 표적치료제로 소개했다. 특정 RAS 종양 변이가 확인되지 않은 환자도 허가 대상에 포함되며 별도의 동반진단 검사도 요구되지 않는다.
허가 근거가 된 'RASolute 302' 3상에는 이전 치료 후 질병이 진행한 전이성 췌장선암 환자 500명이 참여했다. 다락손라십 투여군의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13.2개월로 표준 화학요법군 6.7개월의 두 배에 가까웠다. 사망 위험은 60% 낮았다.
무진행생존기간(PFS)은 7.2개월 대 3.6개월, 객관적반응률(ORR)은 30% 대 11%였다.
[출처: Revolution Medicines, 다락손라십 RASolute 302 임상 3상 주요 결과]
FDA도 심사에 속도를 냈다. 당초 목표일보다 약 6.5개월 앞서 허가했고 실시간 종양학 심사(RTOR)와 Project Orbis 등을 적용했다. 다락손라십은 혁신치료제와 희귀의약품으로도 지정됐다.
美서 후속치료 허가…한국에선 1차 치료 3상
미국에서 먼저 허가된 환자군은 이전 치료 경험이 있는 전이성 췌장암 환자다. 개발사는 이제 투여 시점을 앞으로 당기고 있다.
'RASolute 303'은 아직 치료를 받지 않은 전이성 췌장선암 환자가 대상이다. 다락손라십 단독요법과 다락손라십·젬시타빈·냅-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을 현재 표준치료인 젬시타빈·냅-파클리탁셀과 비교한다.
한국도 이 시험에 들어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5월 8일 임상을 승인했다. 글로벌 목표 환자 900명 가운데 국내에서는 56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결과가 좋으면 다락손라십을 전이성 췌장암의 첫 치료부터 사용할 가능성이 열린다. 미국에서 이번에 확보한 후속치료 시장보다 환자 범위가 넓어지는 셈이다.
또 다른 3상 'RASolute 304'는 수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췌관선암을 절제하고 신보조 또는 보조 화학요법을 마친 환자에게 다락손라십을 투여해 표준치료 관찰군과 비교한다.
식약처는 지난 3월 10일 이 시험을 승인했다. 글로벌 목표 환자 500명 가운데 국내 환자는 21명이다.
303은 전이성 환자의 1차 치료, 304는 수술 후 보조요법을 겨냥한다. 미국에서 후속치료의 문을 연 다락손라십이 치료 초기 단계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들이다.
美는 처방 시작…국내 도입까지는 남은 절차
미국에서는 이미 임상시험 밖에서 다락손라십을 사용할 수 있다. FDA 승인 전에는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어렵고 적절한 대체 치료법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확대접근프로그램(EAP)이 운영됐다. FDA는 지난 5월 레볼루션 메디슨스가 EAP를 시작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라손큐는 FDA 승인과 함께 미국에서 처방 가능한 의약품이 됐다. 하루 한 번 300㎎을 복용하는 경구 치료제다.
한국에서는 아직 임상 단계다. 국내 환자들이 글로벌 3상에 참여하고 있지만 다락손라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받지 않았다.
국내 환자가 실제 처방을 받으려면 개발사의 허가 신청과 식약처 심사가 필요하다. 허가 이후에도 급여와 약가가 실제 접근성을 좌우한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다락손라십은 미국에서도 임상 단계의 시험약이었다. 이제 미국에서는 정식 치료제가 됐고 한국에서는 1차 치료와 수술 후 사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다락손라십이 미국에서 확보한 첫 자리는 이전 치료를 받은 전이성 췌장암이다. 다음 결과는 한국도 참여하는 RASolute 303과 304에서 나온다. 이 결과에 따라 RAS 표적치료가 췌장암 치료의 어느 단계까지 들어올 수 있을지도 보다 분명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