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로 새 먹거리를 찾던 국내 배터리 업계에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장기 도입 계획을 토대로 국내 배터리 ESS 구축에 필요한 금액만 약 40조원으로 추산된다.
시장 선점 경쟁은 국내외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SK온은 31일 미국에서 9GWh 규모의 ESS용 배터리 장기 공급계약을 따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앞서 2차 ESS 중앙계약시장에서 전체 물량의 절반을 확보하며 1위로 올라섰다.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가격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업계에서 알려진 국내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가격은 원/kW-h 기준 1차 30원대에서 2차 20원대로 떨어졌다. 전기차의 빈자리를 ESS가 빠르게 채우고 있지만 시장 확대가 그대로 K배터리의 이익 증가로 이어질지는 다른 문제다.
ESS 시장 아직 초입, 3차 입찰 확대 주목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8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장주기 ESS 설비를 총 23GW로 제시했다. 재생에너지 등이 늘면서 전력 생산과 수요의 차이를 조절해 전력망을 안정시키는 ESS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양수발전 등을 제외하면 약 20GW를 배터리 방식의 ESS로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장가격을 적용하면 구축 비용은 약 40조원에 이른다.
현재까지 중앙계약시장을 통해 선정된 물량은 1차 563MW, 2차 565MW 등 약 1.13GW다. 업계에서는 9월 공고가 예상되는 3차 시장이 최대 1GW 안팎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구체적인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가격 비중 낮춰도 20원대…한 판 만에 뒤집힌 순위
시장 확대를 앞두고 업체 간 경쟁은 이미 치열해지고 있다. 1차 중앙계약시장에서는 가격평가와 비가격평가 비중이 60대 40이었다. 2차에서는 이를 50대 50으로 조정해 안전성과 산업·경제 기여도 등 가격 외 요소의 비중을 높였다.
그런데 가격 비중이 낮아진 2차에서 입찰가격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대부분의 입찰 업체가 1차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업계와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1차 30원대 수준이던 가격은 2차 낙찰 사업자 기준 20원대까지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말하는 입찰가격은 배터리 자체 가격이 아니다. ESS 사업자가 장기간 설비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투자비와 운영비 등을 반영해 제시하는 가격이다. 전력거래소는 이를 공급가능용량 기준 단위 고정비(원/kW-h)로 표시한다.
수주 순위도 한 차례 만에 뒤집혔다. 1차에서는 サムスンSDI가 전체 물량의 약 76%를 확보했고 LGエナジーソリューション이 약 24%를 가져갔다. SK온은 수주하지 못했다.
2차에서는 SK온이 284MW를 확보해 전체의 50.3%를 차지하며 1위로 올라섰다. サムスンSDI는 202MW(35.7%), LGエナジーソリューション은 79MW(14.0%)였다.
가격 경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조세철 전력거래소 에너지계획팀장은 지난 7월 간담회에서 "2차 사업자 선정 이후 여러 업체로부터 가격 하한선 제도 도입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력거래소는 경쟁이 계속될 경우 향후 입찰에서 제도 변경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EV 빈자리 노리는 K배터리…SK온 美 9GWh 수주
ESS는 전력이 남을 때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장치다. 태양광·풍력처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재생에너지가 늘수록 ESS 수요도 함께 커진다.
배터리 업체에는 전기차 판매 둔화로 남게 된 생산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 SK온은 충남 서산공장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해 약 3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전기차 의존도를 낮추면서 기존 생산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수요처인 셈이다.
[출처: SK온, 스티브 본드 네오볼타 파워 사장(왼쪽)과 최대진 SK온 ESS사업실장이 ESS용 배터리 공급계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K온은 31일 미국 네오볼타 파워에 9GWh 규모의 ESS용 배터리를 장기 공급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앞서 2차 ESS 중앙계약시장에서 전체 물량의 절반을 확보하며 1위로 올라섰다.
최대진 SK온 ESS사업실장은 "이번 계약은 SK온의 미국 ESS 시장 내 입지를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신규 고객과 사업 기회를 계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LGエナジーソリューション도 ESS 비중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ESS 売上高은 전년 동기 대비 4.6배 증가했고 전체 売上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 후반까지 올라왔다. 상반기 신규 수주도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등을 포함해 3조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CATL의 올해 상반기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売上高은 530억위안(약 1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다. CATL 역시 ESS를 전기차 시장 둔화를 보완할 주요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ESS가 전기차의 빈자리를 메울 새로운 성장축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40조원이라는 시장 규모가 그대로 배터리 업체의 이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봐야 할 숫자는 누가 몇 MW를 따냈느냐만이 아니라 얼마에 따냈고, 그 물량에서 얼마를 남길 수 있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