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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억弗로 커질 웨스팅하우스…한국은 왜 지분까지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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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억弗로 커질 웨스팅하우스…한국은 왜 지분까지 보나
MTIMES Archive / Photo

1200억달러 원전 8기·지분 인수 함께 논의

美정부도 가치 상승 공유 장치…의결권·국내 기업 ‘몫’ 주목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정당하다고는 생각할 순 없다. 그래도 감내하고 이익을 남길 만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8월 국회에서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와의 장기 합의를 둘러싼 질타가 쏟아지자 황주호 당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내놓은 답이다. 한국이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기술사용료를 내고 상당 규모의 물품·용역을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진 계약이었다. 기본 유효기간은 50년. 국회에서는 지나치게 불리한 조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웨스팅하우스가 다시 한미 원전 협상의 한복판에 섰다. 이번에는 돈을 지급하는 계약 상대가 아니라 한국이 지분을 사들일 투자 대상이다. 미국 원전 건설에 대미 투자자금을 활용하는 방안과 함께 웨스팅하우스의 의결권 있는 보통주를 인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의 자금으로 미국 원전 건설이 확대되면 웨스팅하우스 역시 사업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그 회사의 지분까지 확보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해 논란이 됐던 장기 합의까지 겹쳐 보면 이번 투자의 실익은 단순한 주식 취득보다 복잡하다.


1기 팔 때마다 8억2500만달러…50년 계약으로 얽힌 관계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 APR1400에 웨스팅하우스의 원천기술이 포함됐는지를 놓고 수년간 다퉜다.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도 이 문제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한국전력과 한수원은 2025년 1월 웨스팅하우스와 글로벌 합의를 맺고 지식재산권 분쟁을 끝냈다. 세부 조건은 비밀유지 약정에 따라 공식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후 국회와 업계 등을 통해 알려진 내용은 적지 않은 논란을 불렀다.

한국이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6억5000만달러 규모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을 웨스팅하우스와 맺고 1억7500만달러의 기술사용료를 별도로 지급하는 조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합치면 기당 8억2500만달러다. 기본 유효기간은 50년으로 알려졌다.

진출 시장도 사실상 나눴다. 북미와 유럽 일부 국가, 영국, 일본, 우크라이나 등은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은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당시 한수원은 장기간 이어진 지재권 분쟁을 정리해 원전 수출의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미국 에너지부(DOE)가 앞서 APR1400에 미국 원천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판단하면서 한국 측의 협상 여지가 좁아졌다는 사실도 이후 국회를 통해 알려졌다.

그로부터 1년여 만에 양측 관계에 새로운 연결고리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에는 한국이 비용을 지급하는 계약 상대방을 넘어 웨스팅하우스의 주주로 들어가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美도 그냥 키워주지 않았다…몸값 오르면 과실 공유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가 미국 원전 프로젝트와 함께 거론되는 배경은 미국 정부가 먼저 짜놓은 구조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현재 웨스팅하우스는 캐나다계 글로벌 자산운용사 브룩필드(Brookfield) 측과 캐나다 우라늄 기업 카메코(Cameco)가 공동 소유하고 있다. 카메코의 지분은 49%다.

미국 정부는 이들과 손잡고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적용한 최소 800억달러 규모의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과 인허가 등 정책 지원을 통해 자국 원전 산업을 다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지원만 하는 것은 아니다. 브룩필드와 카메코가 공개한 계약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최소 800억달러 규모의 신규 웨스팅하우스 원전 건설에 대한 최종투자결정을 내리고 관련 계약을 체결하면, 이후 웨스팅하우스가 지급하는 175억달러 초과 현금 배분액의 20%를 받을 권리가 생긴다.

웨스팅하우스의 몸값이 크게 오를 경우를 대비한 장치도 있다. 2029년 1월까지 정해진 조건이 충족되고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30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되면 미국 정부가 IPO를 요구할 수 있다. 관련 권리는 일정 조건에 따라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워런트로 전환될 수 있다.

원전을 키워 웨스팅하우스의 가치가 올라가면 미국 정부도 그 과실을 공유하는 구조다.

한국의 지분 인수 역시 이 지점에서 맞물린다. 지난해 한미 관세협상에서 한국이 약속한 전략적 대미 투자는 2000억달러다. 미국 측은 이 가운데 약 1200억달러를 활용해 미국에 원전 8기를 건설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이 사업에 APR1400을 포함하는 방안을 협의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정부는 원전 투자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정된 대미 투자 재원을 어디에 배분하느냐가 중요한 상황에서 원전 투자의 실익도 따져볼 수밖에 없다. 미국 측 구상대로 AP1000 사업이 확대되면 웨스팅하우스는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다. 한국이 동시에 지분을 확보한다면 자신이 투자한 사업을 통해 커질 수 있는 회사의 가치 상승에 참여할 통로가 생긴다.

특히 한국은 이미 웨스팅하우스와 50년 장기 합의로 얽혀 있다. 대미 투자를 계기로 지분과 의결권, 미국 원전 사업 참여까지 확보한다면 기존의 비용 지급 관계에 새로운 이해관계를 더할 수 있다. 반대로 지분 투자만 하고 국내 기업의 사업 참여와 수익 배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한국 자금과 건설 역량으로 미국 원전 산업과 웨스팅하우스의 가치만 키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주주 돼도 ‘50년 계약’은 그대로


다만 한국이 웨스팅하우스 주주가 된다고 지난해 합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분 투자와 한전·한수원이 맺은 기존 계약은 별개다. 지분 인수가 기술사용료나 시장 구분 등 기존 조건의 재협상으로 이어질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협상에서는 ‘얼마나 사느냐’만큼 ‘무엇을 얻느냐’가 중요하다. 한국 측은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지분율과 의결권 수준, 지분 취득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원전 사업에서 국내 기업이 가져올 몫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APR1400이 포함되면 한국형 원전의 미국 시장 진입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경제적 실익은 AP1000 사업에서도 국내 기업이 설계·조달·시공(EPC)과 주기기·기자재 공급을 얼마나 맡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1200억달러 역시 그대로 한국 기업의 수주 기회로 볼 수는 없다. 원전 8기로 단순 나누면 기당 150억달러지만 미국은 높은 인건비와 건설비에 금융비용 부담도 크다. 실제 투자 규모와 국내 기업이 맡을 사업 범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투자 위험도 있다. 일본 도시바(Toshiba)는 2006년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했지만 미국 원전 사업의 공사 지연과 비용 증가로 막대한 손실을 떠안았다. 웨스팅하우스는 2017년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도시바 역시 경영 위기를 겪었다.

현재 협상에서 공개되지 않은 것은 한국이 확보할 지분율과 의결권 수준, 미국 원전 사업의 최종 규모와 노형 구성, 국내 기업이 맡을 EPC·기자재 범위다. 지난해에는 50년 장기 합의의 실익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1년여 만에 이번에는 대미 원전 투자와 지분 인수에서 한국이 실제로 가져올 몫이 다시 계산대에 올랐다.

MARKET Times

MTIMES Global Editorial Stat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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